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2.11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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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두 장만 넘기면 총선이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총선 이슈를 집어삼켰다는 점만 빼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정책 선거 실종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를 헤집고 한 가지 이슈가 등장했다.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더 정확히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다.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내 취·창업 지원 기관인 제주더큰내일센터를 방문해 60만원 상당의 피자 25판을 선물했고, 또 본인이 유튜브에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원더풀TV’를 통해 도내 업체가 생산한 제주 영양식 세트를 판매했다는 이유다.

취재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기부행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맞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중앙 정치 쪽에서는 다소 상반된 소식이 들려왔다.

한 정당 대표가 설 명절을 맞아 종교계를 비롯한 외부 단체에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준수 촉구’ 결정을 내렸다.

당 대표가 선출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직선거법상 정당 대표자가 명절을 맞아 의례적으로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범위 안에 종교단체를 포함한 민간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판례에서도 상반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당시 오산시장이 노래자랑 행사에 참가했다가 입상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5만원씩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현직이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든 가리지 않고 위법 행위를 조사해 법적 처벌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애매한 공직선거법이다.

기부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공익을 위한, 더욱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까지 기부행위로 볼 수 있는 반면 실제 금품을 제공하고 그 액수가 비교적 큰 데도 ‘선거법 준수 촉구’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이 추상적인 표현을 현실로 구체화한 게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지금보다 명확하고 분명한 법 기준이 세워져야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한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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