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鍵)·자물쇠(鏁)의 비극(悲劇)
열쇠(鍵)·자물쇠(鏁)의 비극(悲劇)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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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전 중등교장·칼럼니스트

열쇠와 자물쇠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해?”

술벗 중 한 사람이 마치 수수께끼처럼 뜬금없이 던져 내놨다. 학생 때 풀었던 정오(正誤) 문제와 비슷하기도 하고, 여당·야당 중 너는 어느 쪽이냐를 묻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이 자리에 여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냐? 열쇠는 남자이고 자물쇠는 여자 아냐? 내가 남자이니, 열쇠가 당연히 더 중요하지. 열쇠로 열며 쓰라고 자물쇠가 있는 거야, 알았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말이야. 내 말 좀 들어봐. 관광지마다 자물쇠들이 수없이 잠겨 매달려 있더라. ‘우리 사랑은 이 자물쇠처럼 끊기지 말고 영원하다를 기원·선언하듯이 잠가놓고는 열쇠를 절벽 아래 강물 속으로 던져버리는 것이거든. 열쇠가 없어야 자물쇠 혼자 영원하다? 마치 한강에 던져버린 시계처럼 말이야.” 술자리는 열이 더욱 오르고 있었다.

 

한자(漢字)로는 열쇠는 건()이며, 자물쇠는 쇄()이다. ‘시건장치는 사전에도 없는 틀린 말이다. ‘잠금장치혹은 쇄건(鏁鍵)장치를 써야한다. 쇄국정책(鎖國政策)에서의 쇄()도 자물쇠(=)를 뜻한다. ()()로써 세움()이니 단단함이고, ()()로 만든 둥우리()’이니 날아나간 새를 기다리듯이 언젠가 열쇠가 돌아와서 열어주기를 자물쇠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열고·잠금에도 쇠를 쓰지 않는다. 잠금 시스템에 열쇠기록을 입력 시킨다. 그 기록확인(ID)이 맞으면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록확인(ID)이란 무엇일까? 기록된 내용과 대상자가 일치함을 확인(Identification)함이다. 신분증도 마찬가지이다. 기록된 사항과 소지자가 일치한가를 확인할 수 있는 증표이다.

사회현상에서는 열쇠·자물쇠가 어떤 역할모습을 보일까? 선거에서 나타난다.

선거란 표심(票心)이 다음 선거주기까지 자물쇠를 잠가놓고 열쇠를 당선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그 열쇠는 자물쇠가 국민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그 열쇠는 복제되기도 하여, 부하들에게 넘겨져 마구 휘둘린다.

기록확인(ID) 과정에서 ! 이게 아닌데하고 표심들은 후회할 뿐만 아니라 다음 선거 때를 애태우며 기다리게 된다.

열쇠는 표심이 건넨 비표(祕標)와 같은 것이다.

 

()나라 소왕(昭王)의 왕비가 강물바위 위에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강물이 불어나자 왕이 궁인을 시켜 데려오라고 했다. 급히 가던 그 궁인은 비표를 갖고 가야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 왕비를 모시러 갈 때에는 반드시 비표(())를 보여줘야 했었다. 비표가 없으니 왕비는 따라가기를 거절했다. 궁인이 급히 부를 가지러 갔는데 그동안에 왕비는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죽었다.

불어나는 강물은 표심이다. 왕의 비표는 소위 같은 코드(code)’이다.

 

비극(悲劇)이란 무엇일까?

새가 아무리 하늘로 날아오르려 애를 써도 날아오르지 못함이다. 날갯짓을 해봐도 이게 아닌데()를 스스로 겪는 참담한 마음()’이다(+). ()는 무엇일까? 새의 두 날개를 펼친 모습을 새의 등 뒤에서 본 상형(象形)이다. 두 날개의 깃털은 대칭균형이 맞아야하고, 촘촘함도 역시 같아야 한다. 엉기고 성겨 비대칭이면 날아오르는데 균형을 잃어 자꾸 땅에 곤두박질한다.

이것을 보여 주려고 비()의 자획(字劃) 또한 좌우가 비대칭이다.

 

이게 아닌데()마음()’의 비()

혼자 잠그고서 내다버린 열쇠이거나

한 열쇠에 마구 열리는 자물쇠이러니,

그 비극(悲劇)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기 곧 다가 온다 4월 총선(總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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