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 위 기기묘묘 지형이 만든 신비경
해발 4000m 위 기기묘묘 지형이 만든 신비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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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13)
땅게마을을 향하는 도중 한 능선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기기묘묘한 지형이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땅게마을을 향하는 도중 한 능선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기기묘묘한 지형이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스탕 역사·문화를 공부하고 떠나야

무스탕으로 출발하기 전 그 곳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얻어 볼까 해서 외국 방송 프로그램과 몇 개의 책자를 봤습니다. 그 중 한 책의 끝에 있던 문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스탕은 한두 번의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곳입니다. 네팔의 주요 트레킹 코스를 섭렵한 후에야 비로소 이 곳으로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히말라야의 다른 트레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무스탕은 그 곳의 역사와 문화, 티벳 불교에 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가야 주요 포인트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스탕 트레킹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 때 읽었던 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가는 곳마다 자연 변화와 환경이 달라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좀 더 책을 잘 보고 왔다면 지금보다 더 중요 포인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가 됩니다.

야라마을을 찍기 위해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저를 보고 한 일행이 우리는 한 길로 곧장 가지만 서 선생은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르내리기를 수없이 하니 우리보다 곱절은 더 걷는 것 같네요. 거기다 카메라 장비까지 무거워 무척 힘들겠어요라며 비타민을 살며시 쥐여 줍니다. 감사하다는 말도 잊고 그 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너 나 없이 지쳤을 텐데 남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마치 부처님처럼 보였습니다.

야라마을에서 올라온 한 무리 소 떼가 풀을 찾아 멀리 가는지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소 떼를 배경으로 히말라야산맥을 촬영하느라 좀 돌아다녔더니 갑자기 머리가 띵 합니다. 평지처럼 보이지만 이 곳은 해발 4090m의 고지라는 것을 잠시 잊고 무리한 듯합니다.

구름이 걷히자 히말라야 연봉이 시원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 일행 모두 상쾌한 기분으로 트레킹을 즐깁니다.

이러한 길을 한없이 걸을 것 같았으나 몇 고비를 돌아서자 거대한 암벽 산이 떡하니 서 있습니다. 히말라야 연봉의 한 모퉁인 듯합니다. 가파른 협곡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시커먼 흙탕물이 흐르는 강이 나타납니다. 긴 출렁다리가 조성돼 그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너면서 옛날 이 다리가 없을 때는 계곡을 어떻게 건넜을까? 물살이 약해지도록 기다렸다 건넜을까? 아니면 여기보다 낮은 곳을 찾아 멀리 돌았을까?’ 하고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계곡 바닥으로 내려서니 검은 사암 절벽이 위태롭게 보입니다. 물살이 얼마나 거세게 흘렀으며 이렇게 깎아내렸을까. 마치 포크레인으로 깊게 파낸 것처럼 움푹 패어 있습니다. 힘들게 만든 길도 급류에 흘러내렸는지 철삿줄로 엮은 돌 자루를 쌓아 겨우 사람이 지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연중 강수량이 몇십 에 불과하다는데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강을 넘칠 정도였을까. 아니면 히말라야의 거센 바람이 사암을 깎아낸 것일까. 무스탕 지형은 보면 볼수록 수수께끼 같습니다.

 

땅게마을 초입에 이르자 강 언저리에 일궈진 밭과 강 바닥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땅게마을 초입에 이르자 강 언저리에 일궈진 밭과 강 바닥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네팔 어느 지역보다 고된 트레킹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무스탕은 안나푸르나(해발 8091m)와 다울라기(해발 8167m) 사이를 흐르는 깔리간다키강 최상류에 있습니다. 깔리간다키강은 로만탕 북쪽, 티벳과 국경지대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탁 콜라에서 가장 깊게 형성됐고 가사 아래 쪽 다나에 이르러서는 그 깊이가 무려 6967m에 이른답니다. 이렇게 무스탕 협곡들은 깊고 험준해 네팔 어느 지역 트레킹보다 힘들다고 합니다.

오늘도 벌써 깊은 협곡 두 개를 건넜습니다. 점심을 먹고 능선으로 올라서니 넓은 초원이 펼쳐집니다. 가다가 뒤돌아서 보니 며칠 전 우리가 지나온 서쪽 능선길이 아련히 보이는데 여기서 보니 또 새롭습니다. 그 쪽으로 지날 때 못 봤던 이면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무스탕은 보는 방향과 햇살의 위치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달라져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치 땅이 살아 꿈틀거리는 형태라고 해야 할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끝도 없이 넓은 초원길,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새기며 뚜벅뚜벅 걷고 또 걷다 보니 협곡의 사암 기둥 사이로 내려갑니다.

지그재그로 난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오늘 숙박지인 땅게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마을 역시 강 언저리에 밭을 만들어 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마을 가운데로 큰 초르텐(불탑)이 길게 세워져 있습니다. 주민이 모여 집을 짓고 있는지 여자들이 흙 반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몇 사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카트만두나 포카라로 돈 벌러 나가서 여자들뿐이랍니다. 우리와 함께 길을 나섰던 프랑스팀이 먼저 도착해 쉬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가파른 협곡 위에서 내려다 본 땅게마을 전경.
가파른 협곡 위에서 내려다 본 땅게마을 전경.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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