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류 출하시기 품종별 제한 제도적 장치 필요”
“감귤류 출하시기 품종별 제한 제도적 장치 필요”
  • 제주일보
  • 승인 2020.02.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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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6. 생산자와 소비자 간 약속

농업기술센터 새해영농설계교육서 시행착오 공유·논의…수확 못 한 노지감귤 안타까워
농협유통센터서 설 특수 맞아 한라봉 등 이른 선별·포장…생산자 단체가 원칙 무시
‘안전하고 건강한 맛 제공’ 농업인·소비자 간 약속…농가 적극 계도·교육으로 철학 심어야
2020년 영농설계교육 현장. 농촌에서 새해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2020년 영농설계교육 현장. 농촌에서 새해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설 명절을 맞아 민족이 대이동을 하고 반가운 가족들과 정을 나눴다. 부분적으로는 설 차례를 생략하고 전 가족이 해외로 여행을 하는 가족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아직은 유교적 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필자의 이마에 주름이 지고 눈이 찡그려 진다. 어렸을 때 설날 풍경은 제사를 모시는 모든 집은 차례를 지냈었고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근촌의 차례집을 찾아 순번을 정하고 차례에 참여하고 세배를 하는 것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마을의 중심에 있는 정자나무나 마을회관 앞에 서있으면 오랜만에 뵙는 친지들, 출향인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게 설날의 모습이었다. 조무래기들은 처마 밑에서 제기차기를 하면서 기량을 선보이고 세뱃돈의 금액들을 경쟁적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정겨웠었다.

설 명절 다음 날은 한 손에 술 한 되를 들고 마을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올리고 간혹 마을청년회에서 주최하는 콩쿠르대회가 열리면 그러지 않아도 좁은 마을회관 또는 향사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키가 작은 조무래기들은 까치발을 하고서 무대를 봐야하는 그런 시기이기도 했다.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우리의 농촌 설 풍경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로 관광산업에 직격탄을 맞았던 제주도로서는 긴장의 도가 더 할 수밖에 없다.

농촌체험관광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농촌체험휴양마을들 역시 60%의 매출급감으로 이어져 의도하지 않았던 난관에 봉착했었다. 1년에 20만명 이상 고객을 유치했던 전국의 마을들 중 흔히 스타마을들이라고 하는 마을들이 휘청거렸던 것이 불과 5년전 일이었다. 이런 예기치 못 했던 외부요인은 쉽게 극복이 되지 못 하는 것 같다.

무너진 생태와 환경의 변화, 일상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어쩌면 인류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경제적 부의 만능주의가 인간사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한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질지도 모른다. 재화의 가치가 최고의 선인 것처럼 경제적 논리만 앞세운 산업화의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고스란히 우리가 되돌려 받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의 농어촌 공간이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나마 아직은 지킬만한 환경과 생태가 존재하기에 그 가치를 유지하고 복원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농촌마을에서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은 제주도농업기술원 산하 농업기술센터에서 각 마을마다 순회하며 개최하는 새해 영농설계교육일 것이다. 지난해의 작황에 대한 오류와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새해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논의하는 자리다.

수 년 동안 빠짐없이 참여하지만 해마다 조금씩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많은 사례들을 공유하고 각자의 영농의 방법론들을 제기하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농촌의 농업인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이 오늘의 농업을 떠받치는 에너지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수확하지 못한 노지감귤이 각처마다 많은 양이 남아있어 제주도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미 수확을 포기한 감귤원도 있어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혹시나 가격이 회복되지 아니할까라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농가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 설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여서 지역농협의 감귤을 선별하고 공급하는 농협유통센터를 방문했었다. 설 전 특수를 노리는 선별장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노지감귤뿐만 아니라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이 선별을 기다리고 있거나 포장 중이었다.

만감류 중 1월 중순에 수확이 가능한 레드향을 제외하고 한라봉과 천혜향은 너무 이른 수확과 공급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출하를 담당하고 있는 농협직원에게 지금 출하가 가능한가라고 물었을 때 그에게서 들은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당도는 충분합니다라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산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는 당황하듯이 아직은 산이 빠지지 않았다고 답한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감귤농업을 망치는 것이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출하를 원하고 선별을 원하기 때문에 한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농가들은 설 특수에 대한 기대로 숙성이 덜 됐으나 수확을 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생산자와 생산자단체가 스스로의 기준을 무너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때 만감류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한라봉의 사례를 우리 모두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시장의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한라봉 고유의 맛과 향을 소비자는 원하는데 상인들의 요구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보니 오늘날 한라봉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리지 않았나 싶다.

모양도 그럴싸하지만 그 고유의 특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때 소비자가 즐길 것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충분히 숙성된 감귤류는 한 개를 까먹다가 나도 모르게 두 개, 세 개를 까먹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해야 할 것인가.

적어도 감귤류의 출하시기를 품종별로 제한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최저당도를 적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포전 거래에 의한 수집상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생산농가들에 대한 적극적 계도와 교육으로 다시 한 번 농업에 대한 철학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환경이나 생태 그리고 농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을 때 지켜내야 한다.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더라도 지켜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지켜내지 못 한 환경 때문에 겪는 어려움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인들은 모든 농작물의 고유의 특성(, 향기, 기능 등)을 나타낼 때까지 수확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과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는 무언의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것이라는.

과수원 모퉁이에 피어난 매화가 입춘을 알리고 있다.
과수원 모퉁이에 피어난 매화가 입춘을 알리고 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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