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다짐
소소한 다짐
  • 제주일보
  • 승인 2020.02.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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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시인

새해만 되면 내 가벼운 인내심을 탓하며 고민하게 된다.

해마다 무언가를 해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적당한 핑곗거리가 생기면서 언제나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일쑤다. 그러기에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 나이는 늘어 가는데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날그날을 열심히 사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느슨하게 다짐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커피를 마시며 새해 다짐을 묻자 그녀는 달콤한 커피 향이 배인 목소리로 올해에는 책도 100권 읽고 영화도 100편 보고 싶다고 답한다.

고즈넉한 표정의 그녀와 마주하고 대화를 하고 있으면 난 뭐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직장 생활과 가족을 돌보는 일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다 잘해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가 멋있고 부럽기까지 하다. 오늘도 어제 같고 그제 같은 반복된 내 생활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참다운 오늘이 된다는 원적사 주지 스님 말씀이 머릿속을 맴돈다. 새해에는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나를 가꾸고 건강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요량으로 연이틀 무리해서 사라봉을 다녀왔다.

운동하는 내내 난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라며 강한 주문도 외웠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해서인가 감기만 심하게 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식이 연일 방송을 타고 있어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집에서만 보낸 지 일주일째다. 이래저래 나에게 새해 다짐은 정치인들의 공약처럼 언제나 어려운 숙제이다.

새해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 자체가 부럽다. 그녀의 희망찬 다짐에서 봄 순을 틔우기 전에 설레는 기다림처럼 파릇한 기운이 느껴진다.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믿는다. 감기에 걸려 방구들 지키고 있어야 하는 김에 쌓아 두었던 책들을 꺼낸다. 시력이 예전 같지 않아 오랜 시간 볼 수는 없지만 맘에 든 글귀를 접하고는 소리 내어 읽어 본다.

 

감사하다 /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선물이다 / 해 뜨는 순간부터 / 밤이 되어 잠들기까지, / 내가 호흡하는 신선한 공기 / 나를 웃음 짓게 하는 사람들, /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과 / 나를 편안하게 쉬게 하는 / 지금의 공간 / 이 모든 소중함을 나는 /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안젤름 그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중에서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지 않던가. 새해에는 매일 시 한 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아침을 열 것이다. 짧지만 여유롭고 행복 충만한 시간을 내게 선물하며 심신의 건강을 챙겨보리라.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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