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본 변경, 친양자 입양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성본 변경, 친양자 입양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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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주 양육자가 재혼 후 새 가정에 잘 적응하길 바라며 자녀 성본을 바꾸거나 친양자 입양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주 양육자와 자녀의 마음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A씨는 부인과 성격 차이로 오래 별거하다 협의이혼을 결정하면서 아이 양육을 본인이 맡기로 했다. 당시 아이는 6살이었고 엄마와 면접교섭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어졌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이혼이 결정된 후 전 부인은 한두 달 정도 아이를 만나러 오더니 이후 연락이 끊겼다. A씨도 별다르게 연락을 취하지 않으면서 아이는 엄마와 영영 단절됐다.

B씨는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남편과 이혼했다. 아이는 아빠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외할머니가 주로 양육을 맡았다. B씨와의 결혼 생활 유지에 큰 의지가 없었던 남편은 이혼 후 얼마 안 돼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 B씨는 아이가 4살 되던 해 A씨를 만났고 이들은 각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상대에게 이끌렸고 두 아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둘은 결혼하게 됐는데 문제는 두 아이의 성과 본이 달랐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고 특히 B씨는 자신의 아이가 의기소침하게 지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결혼 2년 차가 되던 해 B씨는 아이의 성과 본을 A씨와 같게 변경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그리고 A씨도 자신의 아이를 새엄마인 B씨의 친양자(친엄마와의 혈연관계를 법적으로 끊어버리고 새엄마의 친자로 가족관계등록부(호적)에 기재하는 제도, 친양자 입양이 되면 법적으로 친엄마는 아주머니로 호칭이 바뀌게 된다)로 입양해 달라고 청구했다.

C씨는 아이가 8살 되던 해 남편과 이혼하며 양육을 본인이 맡기로 했다. 아이는 친아빠와 간간이 만났는데 그 때마다 친할머니가 엄마 흉을 자주 본다며 아빠를 만나러 가는 것을 불편해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9살 될 무렵 한 남성을 만나게 됐고 아이와 열심히 사는 자신을 격려해 주던 그와 결혼했다.

아이는 새아빠를 몹시 따랐다. 아이가 5학년이 될 무렵 C씨는 임신했고 태어날 동생과 아이의 성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아이의 성본 변경을 신청했다.

부모가 자녀의 성본 변경을 신청하면 법원은 심리전문가를 만나는 절차를 거친다.

아이가 친부모가 아닌 사람의 친양자로 입양되거나 성본이 바뀌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을 내릴 수 없다. 그만큼 심리적 어려움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재혼가정을 이룬 부모 입장에서는 재혼가정에 대한 외부인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래서 재혼가정이 아닌 것처럼 노력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을 토로한다. 그 바람으로 성본을 새아빠와 같은 것으로 바꾸고 가족관계증명서에 친자로 기재하려 한다.

완전하고 안정된 상황임을 외부에 알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아이가 안정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주 양육자가 재혼가정을 이룬 후 자녀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이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이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다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즉 성본 변경과 친양자 입양이 모든 자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경우를 사례를 통해 많이 본다. 필자나 판사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성본을 바꾸거나 친양자로 입양하고는 몇 년 안 돼 다시 이혼하는 경우다.

어떤 사람은 본인이 어렸을 때 엄마가 재혼하면서 성본을 바꿨는데 새아빠 부모가 자신을 손주로 인정하지 않아 명절 때마다 혼자 지냈다며 성인이 된 지금은 본래의 성본을 되찾고 싶다고 청구하기도 했다.

여러 사례를 통해서 보면 부모의 마음과 달리 자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법원은 성본 변경이나 친양자 입양 사건에서는 반드시 심리전문가를 통해 자녀와 부부의 모습을 보도록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자와 같은 상담가를 만나는데 필자는 자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을 방법, 부부가 재혼생활에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그 가족과 함께 찾고 고민한다.

성본 변경과 친양자 입양은 자녀가 현재 나이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자녀도 새롭고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신중한 절차를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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