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2030년이면
10년 후, 2030년이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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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2020년 경자년은 유달리 일찍 시작된 느낌입니다. 1월에 시작되는 새해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남들처럼 필자도 새해면 새 소망을 가져보곤 하는 습관이 있는데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하여튼 결심은 해 봅니다.

게을러서인지 양력 11일로는 새해 소망이나 계획을 잡기가 영 엄두가 안 납니다. 지난 1년도 다 안 지난 것 같은데 새로운 해를 맞으라니? 왠지 세월을 빼앗긴 것 같고 낯선 곳으로 다시 쫓겨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새해라고 앞을 보면 막막하니 아무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결심이랴? “지는 해나 마저 보자!”라는 심정이 되죠. 그러다 음력 설날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20년 후, 10년 후, 5, 3, 2, 1년 후.

필자도 이렇게 미래를 나눠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물론 까마득한 20년 후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현재와 아주 많이 다를 거라는 것.

인류의 동굴 생활을 5만년이라 봤을 때 구전과 구술로 전해진 역사를 다 합해도 겨우 5000년입니다. 그런데 그 5만년의 변화나 5000년 역사의 변화보다 이후 30, 50년의 문명 변화가 더 클 것이라는 것도 확실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미래를 흔히 A.I가 이끌어가는 시대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I를 세 번이나 외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2045년을 그 시기로 봤지만 이미 5년은 당겨졌다고 예상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탄생을 기술의 특이점이라고 본다면 A.I가 먹지도 자지도 않고 다른 A.I를 개발하는 시기도 곧 옵니다. 그게 20년 후, 2040년쯤 아닐까요?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문명이 그렇게 발달해도 우리가 할 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아마 저는 여전히 대중을 위한 봉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10년 후, 2030년은 A.I로 인해 대량 실직이 예고된 해입니다. 분명히 기술적으로는 그럴 겁니다. 그런데 투표권은 아직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선거는 인간을 위해,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기술적용이 바로 되기보다는 과도기 과정을 거칠 겁니다.

그럼에도 2025년부터 본격화되는 실직 사태를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후 가능성은 몇 개가 안 됩니다. 인류 전체가 고대 로마제국의 시민처럼 특혜를 누릴지 그래서 타락할지, 철학하고 성찰하는 존재가 될지 극단의 양극화로 계층이 갈리고 하급 계층은 기본 욕구만을 채우는 복지로 행복한 돼지(?)가 될지 아니면 극빈층으로 전락할지. 이렇게 주어진 두 가지 미래와 관계없이 우리의 일상은 꽤 여전할 겁니다. 저는 그 때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5년 후, 2025년 역시 많이 혼란스러울 겁니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쟁취하지 않으면 인류의 행복한 미래는 흔들립니다. 이 때부터는 지구인 전체가 합의해야 할 일이 많아질 텐데, 그만큼 장애도 커질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저는 5년 후에는 제가 하고픈 얘기를 할 수 있는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3, 2, 올해의 계획이 세워집니다. 게으른 필자는 해마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매년 놀라며 매년 소망을 수정합니다. 지난 2년은 교육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학생이 깨달을 수 있는 교육. 교육이 바로 미래이니까요.

그리고 교육과 미래, 영화, 그리고 인문학과 예술, 과학, 공학이 따로가 아니라 하나임을 새삼 인식했습니다.

하얀 쥐띠 해인 올 경자년은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라고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하고자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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