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화두 ‘총선’ 보다 ‘민생 걱정’
설 민심 화두 ‘총선’ 보다 ‘민생 걱정’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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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산업 위기·건설 및 부동산 경기 악화 등 토로
경제문제서 총선 때 ‘누굴 뽑아야 하나’로 이어져

올해 제주지역 설 민심의 화두는 단연 ‘먹고사는 문제’였다.

한 겨울 바닷바람보다 매섭다며 얼어붙은 경기를 토로하던 도민들은 자연스레 ‘누굴 뽑아야 경제가 살아나나’로 화제를 옮기며 4·15 총선을 밥상머리에 올렸다.

제주도민들은 지난 24일부터 명절 연휴를 보내며 오랜만에 친인척과 지인들을 만나 다채로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올해 설 민심은 민생에 대한 걱정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섰다.

도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고모씨(35)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 악화가 지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돈이 돌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데 내수경기가 꽁꽁 얼어붙다보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토로했다.

오는 5월 자녀의 결혼을 앞둔 한 부모는 “요즘 애들 월급으로는 은행에 빚을 지지 않으면 조그마한 신혼집의 전세금조차 장만하기 힘들다”며 “빈 집이 많다는데 살 만한 집의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노년 자금을 미리 꺼내 써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서귀포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씨(61)는 “지난해 장마와 태풍이 연이어 겹치면서 농심이 멍들었는데 시장에서마저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내년까지 쫄쫄 굶게 생겼다”며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지금처럼 이상 기후가 계속된다면 1차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일도2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6)는 “명절 연휴답게 단체 손님들이 많았는데 대학생들은 취업을, 직장인들은 생계를, 중장년들은 자녀 취업과 생계를, 사회에서 은퇴한 노년층은 자녀들의 생계를 걱정했다. 하나같이 취업과 생계가 문제”라며 “각자의 민생고를 털어놓다가 자연스레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토론하더니 결국 총선 이야기로 끝난다”고 얘기했다.

4·15 총선 예비후보들은 이번 설 연휴가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분수령인 만큼 유권자들을 만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예비후보 A씨는 “아무래도 민주당 중앙당의 전략 공천 여부가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설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처럼 경선을 통해 지역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며 “1차 산업의 위기와 건설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많았다. 지역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들으면서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 B씨는 “전반적으로 경제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에 대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여·야 혹은 정당에 상관없이 유족들을 위해 힘써달라는 부탁을 마음에 새겼다”고 얘기했다.

예비후보 C씨는 “예전에는 몇 년에 한 번씩 감귤 가격이 하락했는데 요즘에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누구 하나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생산량 감축과 함께 가격 하락 시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가격 안정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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