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모두가 살기 어렵다는 말 뿐…”
설 민심, “모두가 살기 어렵다는 말 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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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3일째인 지난 26일부터 강풍특보가 내려진 제주에는 초속 10~22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특보상황은 대체공휴일인 27일까지 이어졌다. 이제 설 명절 연휴도 끝났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수색은 진전이 없다. 정부가 고심 끝에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했지만 이란을 달래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고 국회 동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국내에서는 검찰 고위급에 이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중간 간부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로 ‘사법 방해’ 논란이 일파만파다.

여기에 소비침체에 실업난 등 경제 사정은 상당히 어렵다. 설 연휴 동안 지역주민들을 만나본 4·15총선 예비후보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가장 큰 선거 이슈가 ‘야당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다는 것이다.

설 연휴에 나타난 민심은 한마디로 “당장 사는게 어렵다”였다고 한다. “모두 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죽을 지경이라고 할 만큼 설 경기가 없었다, 이제 편가르기 이념 싸움 그만하고 국민 경제를 보살펴달라”는 것이 예비후보자들이 여야(與野)없이 전한 설 민심이다.

어느 때건 최대 관심사는 먹고사는 경제 문제였지만 소비와 경기 위축이 몇년간 계속되다 보니 ‘죽을 지경’이란 비명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설 민심은 정치권에 호의적이지 않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무엇보다 국민의 삶이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에 불과했다. 1980년 석유파동과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견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에만 몰입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정치인들의 무능하고 오만하며 몰염치한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정치권은 표를 달라고 하기에 앞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공허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혜롭게 정책을 찾고 바꿔 나가야 한다.

총선이 80여 일 앞이다. 정치권의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죽을 지경’이란 국민의 비명을 듣고도 ‘먹고사는 문제’를 도외시하고 허접한 이념 공방으로 치닫는다면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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