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업무로 누가 고생하는가?
불필요한 업무로 누가 고생하는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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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정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가 끝나면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근로소득자는 연말정산을 해야 하고, 조직에서는 부서별, 개인별 업적평가를 통하여 성과배분을 하게 된다. 이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정보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업무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0년 마이클 해머(Hammer)는 과거의 업무처리방식을 그대로 자동화하기보다는 바라는 결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업무만을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입력정보의 재사용, 불필요한 업무처리의 제거, 결과중심의 업무 재설계를 통해 획기적으로 업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처리 방식을 보면 아직도 과거의 수기로 작성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학교의 업적평가를 보더라도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중요하지도 않는 것을 입력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교수의 업적평가는 주요성과지표(KPI)를 중심으로 연구논문실적, 강의 평가, 산학협력이면 족하다. 사회적 기여를 평가한답시고 학회의 논문심사 건수, 각종 학회 및 위원회 활동, 신문기고나 방송출연 활동 등 실질적으로 평가비율이 낮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않는 건수를 채우느라 분주하게 찾아 입력해야 한다.

하나의 논문심사 건수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논문의 제목, 심사의뢰 메일과 날짜, 심사결과 메일과 날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각종 위원회 활동내역이 없는 경우에는 다행이지만 여러 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모든 것을 입력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일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지만 너무 없으면 사회적 기여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 싫지만 찾아서 입력하게 되는데 굳이 이러한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런 업무는 해당자뿐만 아니라 행정부서의 직원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성과평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지만 행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이 따르니까 철저히 확인하고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항목을 제외하고 중요한 평가지표만을 가지고 평가하더라도 업적평가에 큰 차이가 없다. 즉 사소한 업무를 빠짐없이 수행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수고를 하는 것이다.

연말정산도 거의 비슷하다.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이 전산화되어 간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물론 전산화가 어려운 정산내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말정산에 있어 직접 입력하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입력항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 입력을 위해 실질적인 혜택도 별로 없는 영수증이나 서류를 찾아 헤매거나 다시 전화하고 방문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민 전체적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시간낭비인 셈이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업무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중요한 성과달성에 필요한 업무에 초점을 두고 가급적이면 자동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나 평가를 위해 준비하는 보고서와 서류가 정말로 필요한지, 준비된 보고서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료나 정치인들은 특정항목을 연말정산에 포함시키면 사회적으로 공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혜택도 별로 없는 항목을 포함시킴으로써 유발되는 업무과중은 누구의 책임인가?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런 업무를 수행하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처방은 세밀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와 불필요한 업무를 잘 구별하는 일일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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