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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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간지 6개월이 넘었으나 근로 현장의 혼란이 여전하다.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수차례 안내자료를 펴냈음에도 괴롭힘의 기준과 내용이 모호한 바람에 판단이 어려워 상담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비정규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별 근로관계 상담 중 나타난 직장 내 괴롭힘35건으로 전년 9건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큰 파문을 일으켰던 양진호 전 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갑질을 계기로 이른 바 양진호 금지법이라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 업무 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이렇게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규정되고 제도적인 규제의 첫 걸음은 내디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4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근로자나 특수고용노동자가 배제된 점이다. 사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규모 사업장보다 영세 사업장이 더 심각하다.

또 부하 직원인 피해자가 괴롭힘을 입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금지 대상인 괴롭힘의 적정 범위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직장에서 이를 명확히 파악·분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능력 관련 판단에서는 그 구분이 더욱 어렵다.

일부 노동단체에서는 부하직원에게 성과 목표나 성과 미달 시의 불이익을 경쟁적,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부는 성과 독려 자체는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한다.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고 엄하게 업무를 가르친 상사가 부하직원에 의해 고발돼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법이 악용돼 직장 조직 내 소통 단절로 이어져선 안 된다. 혼선 방지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계질서로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도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성의 문제이다. 인격적인 품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시비에 휘말릴 까닭이 없다. 직장은 생업을 위한 공간으로 직장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동체이다. 직장인 모두의 성숙한 대응이 절실하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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