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야만의 시대’를 이제 끝내자
가정폭력, ‘야만의 시대’를 이제 끝내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19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흉악한 범죄임에도 가정에서 일어났다해서 ‘남의 집안 일’로 방치되는 사회악이 가정폭력이다. 폭력의 굴레에 갇힌 가정의 비극과 그 구성원들의 고통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는 여성의 긴급전화 상담에서 절실히 드러난다.

여성긴급전화1366 제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서 이뤄진 상담 건수 1만1120건 가운데 가정폭력 상담이 7650건으로 전체 68.7%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20건 이상 가정폭력이 긴급전화로 상담되고 있는 제주는 그 수치가 보여주는대로 ‘야만사회’다. 가정폭력은 집안 문제가 아니라 중대 범죄다.

사회가 갈수록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해가면서 가정 내에서조차 이런 폭력들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가정폭력으로부터 신변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 하고 있는 점이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는 탓도 크다. 가정폭력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도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갈 뿐이다. 최근 가정폭력 사례를 보면 그 유형이 상당히 복잡하고 구조적이다. 부부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의 폭력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다친 아이들도 많다.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야만사회라는 부끄러운 오명(汚名)을 쓰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고수하느라 가정을 지키는 데 급급한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1997년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되고 역대 정부마다 가정폭력대책이 발표됐지만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공권력의 보호는 먼 얘기였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보호 및 유지’를 입법 목적으로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반 폭력 사건이었다면 형사 처벌할 일도 가정에서 일어나면 접근금지 명령 등 미약한 처분에 그친다.

현행법으로는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가정폭력에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한다.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과 제도적 미비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피해자의 명시적 요구가 있어야 처벌하는 반의사불벌죄의 폐지도 물론이다.

자녀를 위해 경제적 이유로 또는 보복이 두려워 말 못 하는 가정폭력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가족 유지’라는 명목으로 폭력에 너그러웠던 ‘야만의 시대’를 온 사회가 함께 끝내자.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