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맞닿은 고원 계곡이 품은 바다의 흔적
하늘 맞닿은 고원 계곡이 품은 바다의 흔적
  • 제주일보
  • 승인 2020.01.1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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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11)
야라마을 언덕 위에 오르자 거대한 협곡의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지형 너머로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이 그림처럼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야라마을 언덕 위에 오르자 거대한 협곡의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지형 너머로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이 그림처럼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돌이 된 바다 생물

시커먼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협곡, 긴 줄다리를 건너 다시 계곡 길을 걷고 있습니다. 동행한 네팔 가이드들이 계곡을 건너다 무엇을 찾는지 한참 동안 계곡 바닥을 뒤집니다.

뭘 하느냐고 묻자 손바닥에 돌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뭔지 몰라 그게 뭐냐고 되묻자 그들은 손에 든 돌을 깨기 시작합니다. 단단한 차돌처럼 보여 쉽게 깨질 것 같지 않은데 몇 번 내리치자 가운데가 쩍 벌어지더니 그 속에서 바다 생물 화석이 나옵니다.

네팔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 돌은 히말라야산맥이 형성될 때 바다 생물들이 화석이 된 것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일행 모두가 이 신비로운 화석을 찾기 위해 계곡 사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기막힌 화석을 찾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참 동안 계곡을 따라 걷다가 능선으로 올라서니 멀리 검은 절벽에 수없이 많은 동굴이 뚫려있습니다. 무스탕을 여러 차례 왔다는 동료 비루가 저 동굴은 지금도 일부 주민이 사용하고 있고 사원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동굴들은 1961년부터 무스탕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티벳 게릴라들이 활동하는 데 많이 이용됐다고 합니다.

야라마을 주변 사암지대에 있는 혈거(穴居) 유적.
야라마을 주변 사암지대에 있는 혈거(穴居) 유적.

1959년 티벳 승왕 14대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침공을 피해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하고 중국 군대가 티벳 전역에 통치권을 확립하자 티벳 캄 지방 출신 전사들인 캄파 게릴라들이 무스탕을 근거지로 해 티벳의 중국군을 공격하곤 했답니다.

게릴라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무스탕과 인근 국경지대에 적어도 6000명의 캄파가 있었는데, 1970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캄파 게릴라에 대한 원조가 중단돼 점차 게릴라들의 희생이 많아지자 달라이 라마는 캄파들에게 저항을 중지하라는 호소를 녹음 테이프에 담아 보냈답니다. 이에 일부는 투쟁을 멈췄지만 일부는 저항 활동을 계속하다 네팔 군대가 무스탕 지역으로 들어와 이들을 해산시키면서 무스탕에 평화를 찾와왔답니다.

무스탕을 오기 전 여러 자료를 통해 정리한 것들에 대해 현지에서 설명을 들으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걷기도 힘든데 질문이 많아지자 현지 가이드는 뭘 하시려고 그렇게 자세히 물으시나요. 선생님이 우리보다 무스탕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저도 알 수가 없어요라고 합니다. 잦은 질문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이 귀한 마을에서

멀리 야라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오늘 숙박한다는 말에 모두 기운이 나는지 걸음걸이가 빨라집니다. 언덕 위에 있는 야라마을은 요즘 추수가 한창인지 몇몇 주민이 밭에서 일하다 우리를 보자 손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서자 아이들 몇 명이 우리를 따라오며 뭐라고 말을 건넵니다. 뭘 달라고 하는 듯해 뭐라도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짐 속에 들어 있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트레킹 중 한 마을에 들렸을 때 일행 중 양성협씨라는 분이 현지 아이들에게 선물할 새 신발을 잔뜩 샀었습니다.

낡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는 그는 트레킹 중 지나는 마을마다 그곳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나눠줬습니다. 그러다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너무 몰려 가지고 있던 신발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 한 마을 아이가 우리를 찾아와 자신에게도 신발을 달라고 졸라서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물을 주고 겨우 달랬습니다.

우리 일행 숙소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들.
우리 일행 숙소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들.

숙소에 도착하니 언제 왔는지 마당에 아주머니 두 분이 자리를 잡고 앉아 각종 기념품을 펼쳐 놓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 일행이 오는 것을 미리 안 것인지. 이 작은 마을에 트레킹족 외에 또 누가 찾아온다고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이 다 있을까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아주머니, 어찌나 상술이 좋던지 가지고 온 기념품 대부분을 우리 일행에게 다 팔아치웠습니다.

이곳 야라마을은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 아래 계곡에서 물을 길어다 사용하는 듯합니다. 한 청년이 큰 물통에 물을 길어와서는 식수와 세면용으로 쓰라고 전해줍니다.

물이 참 귀한 마을이랍니다. 연중 비도 조금밖에 안 내린다는데 농사는 어떻게 짓는 것인지, 마을 입구에는 다랑이 밭이 늘어서 있어 그 농사 방식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식사 준비가 다 됐다며 빨리 식사하고 출발하자고 합니다. 오늘 걸을 거리는 땅게마을까지는 14밖에 안 되지만 내일 갈 길어 멀어 일찍 도착해 좀 쉰다고 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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