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고향집으로 모이겠지만 취업 못 한 청년들은 좌불안석을 겪어야 할 것이다. 쏟아질 따가운 눈총을 아예 피하려고 고향행을 포기한 젊은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제주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연간 취업자는 38만2000명으로 전년(37만2000명)보다 1만명 늘어났다.
하지만 거품을 걷어내고 취업자 면면을 들여다보면, 고용 상황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세금으로 만든 노인들의 꽁초 줍기 같은 일자리만 크게 늘었을 뿐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등 민간 고용은 여전히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늘린 일자리 혜택이 주로 고령층에 돌아가면서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진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취업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이 사실이 일목요연하다.
지난해 취업자 중 20대는 4만5000명으로 전년(4만8000명)에 비해 3000명 줄었고, 30대 역시 7만명으로 전년(7만4000명)보다 4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7만8000명으로 전년(6만8000명)보다 1만명 급증했다. 이런 현실을 두고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고용 분식’이다.
올해도 제주도에서는 담배꽁초 줍기 등 길 청소 공익 활동 9500명을 비롯해 사회 서비스형 650명, 시장형 1050명, 취업 알선형 150명 등 총 4개 분야 노년층 일자리 1만1350개를 만들고 398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른 바 노인 ‘알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알바’를 해서 한 푼이라도 벌겠다는 데 왈가왈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되는 노년층 ‘단기 알바’에 치중하다 보니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여력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걸 일자리 창출 실적으로 호도한다면 문제를 더 키울 것이다.
지금 일각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노인주도 성장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일자리 정책을 임시방편적 땜질 처방에만 의존할 경우 민간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해 고용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정책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의 투자로 만들어지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혁신 성장이 가야 할 방향이다. 기업의 주도로 혁신 성장을 일구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답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민간이 만든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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