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환기, 향
기억의 환기, 향
  • 제주일보
  • 승인 2020.0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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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향은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에 좋은 감각을 부여함과 동시에 항상성(Homeostasis)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향기의 기능은 내면으로부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되고 있다. 예로부터 향료자체의 항균성은 화학합성제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향료식물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향이 기분이나 심리상태뿐만 아니라 생리적, 뇌기능,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 말초기관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향기를 통해 그 사람의 취향과 이미지를 후각을 통해 전해주며 직접보지 않아도 향을 통해 상상을 하기도 한다.

향에 있는 화합물에도 조건이 있는데 화합물의 분자량이 무려 300이하여야 하고 냄새를 내는 분자는 코 점막의 물 층을 통하여 수용기로 들어 갈 수 있는 수용성 분자이거나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통과하기 위해 분자가 지방질에 용해될 수 있어야 하므로 물과 기름에 어느 정도 용해성이 있어야 하고 화학물이 관능기 또는 불포화 결합화합물을 가져야 향을 낼 수 있게 된다.

마스킹(Masking)은 나쁜 냄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향기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것은 방향제나 산화 염기반응 등의 원리로 만들어 진다. 화장품 기제 중에는 원료고유의 냄새를 동반하고 있는 것이 있으므로 이것을 마스킹하여 사용감을 좋게 하는 것도 향의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좋은 향기는 제품의 사용감이나 효과에 큰 영향을 준다.

아름다운의 완성은 향수에 있다는 생 로랑의 말처럼 단순히 향의 단계를 지나 패션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좋은 향기를 풍기는 건 분명 제대로 차려입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향수 판매율이 부쩍 높아진다고 한다. 이 신기한 소비 이론에는 ‘온도와 습도가 낮을수록 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는 사실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도 낮아지면서, 피부는 건조해지고 손목이나 귀 뒤, 피부 표면에 분사한 향수의 입자가 길게 머물지 않고 사라진다. 향수의 지속력은 꼭 낮은 온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성 피부를 가진 사람의 경우 향이 지속되는 시간이 지성 피부를 가진 사람보다 짧다고 한다.

겨울철, 향을 오랫동안 잡아두는 방법으로는 우선 보습이 잘 유지 되어야 한다. 향이 좋아하는 건 수분이 충분히 충전됐을 때, 향도 오래 지속되는데 이는 바디크림이나 오일을 발라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서 향수를 뿌리는 손목과 귀 뒤도 촉촉하게 해줘야 향이 오래간다. 헤어 퍼퓸을 사용한다면 머리카락이 젖었을 때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향수의 향을 맡는 과정을 ‘시향(試香)’이라고 한다. 시향을 할 때는 향수와 시향지 사이에 7~15cm 간격을 두고 향수를 분사해야 한다. 시향지에 너무 가까이 대고 분사할 경우 본연의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향수의 지속력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퍼퓸의 부향률이다. 향수를 만들때 넣은 향료의 농도를 뜻하는 부향률은 알코올 대비 향의 비율을 측정하여 계산하는데 주로 EDT, EDC, EDP 등으로 구분된다. 여름이나 화장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Eau de Cologne’의 부향률은 2~5%이며, 지속력은 1~2시간으로 짧다. 그리고 쉽게 볼 수 있는 ‘Eau de Toilette’의 부향률은 4~10%이며, 향의 지속 시간은 3~4시간, ‘Eau de Parfum’의 부향률은 8~15% 그리고 5~6시간 이상 지속된다. ‘Parfum’의 부향률이 가장 높은데 15~30%로 지속 시간도 6시간 이상이다. 피부에 ‘착향(着香)’을 해봐야 하는데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피부 온도와 습도 차이에 따라 같은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도 꼭 착향을 해본 뒤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부향률이 높은 퍼퓸을 쓰는데도 향이 지속되지 않는 다면 바디클렌저부터 바디크림, 핸드크림, 향수까지 모두 다른 향을 쓰진 않는지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았다면 라인업을 통일하여 바디 클렌저, 바디크림, 핸드크림 그리고 헤어 퍼퓸까지 비슷한 향 혹은 레이어링하고 싶은 향으로 같이 사용한다면 향이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다.

무거운 베이스 노트를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수를 고를 때 시향해본 뒤 1시간 정도 뒤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향수는 생성부터 소멸까지 단계별로 발향이 되는 특징이 있는데 탑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이어지는 향수 노트에서 ‘탑 노트’는 향기가 휘발되면서 발향이 될 때 느끼는 향을 말한다. 보통 탑 노트에서 받은 느낌이나 인상으로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데 ‘베이스 노트’는 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피부에 ‘잔향’으로 남는다.

여름에 주로 쓰는 상큼한 유의 플로럴이나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유독 지속력이 짧은 이유도 베이스 노트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겨울 향수는 베이스 노트를 우드, 머스크처럼 지속력이 오래가는 무거운 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향수는 기본적으로 온기가 있으며 맥박이 뛰는 부위에 뿌려야 한다. 목 뒤, 손목 안쪽, 좌측가슴이 대표적이다. 손목엔 가볍게 톡톡 두드려주면 되고 간혹 양 손목에 뿌려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향수의 노트가 망가져 본연의 향을 잃을 수 있다. 팔꿈치 안쪽은 옷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향을 은은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짧은 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발향이 강한 편이다. 이외 외투 안쪽, 넥타이 뒷면, 바지, 치마 등 옷에 뿌려도 된다. 다만 실크와 가죽옷에 뿌리면 옷이 상하거나 향이 변할 수 있다.

향수도 계절에 따라 변화를 주는 시대, 최근 국내 향수시장도 새로운 흐름을 타고 개성 넘치는 향들이 점점 트렌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남들과 다르면서 나를 대변해주고 독특한 나만의 향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분야에서 향수가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가진 새로운 매개체로 부각되고 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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