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조와 비익조
공명조와 비익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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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수필가·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공명지조의 유래는 불경에서 나왔다.

불교에서 극락(極樂)은 아미타 부처가 사는 세계다. 번뇌 망상과 고통 없는 세계를 극락이라고 한다.

극락세계에서 공명조는 다른 새들과 함께 법음장엄의 새로 등장한다.

공명조 말고도 우아한 소리를 내는 새는 많다. 백학과 공작, 앵무, 사리조, 가릉빈가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공명조는 특별한 새다.

공명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한 머리는 낮에 노래하고, 다른 머리는 밤에 노래하는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는 새다.

그러나 한 머리가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해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

자기만 살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전설의 새가 바로 공명조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과 너무나 유사하다. 나라가 공명조처럼 진보와 보수 두 개의 머리로 조각났다. 국민까지 두 편으로 나눠졌다.

확증 편향이 극심하다.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편싸움을 부추기며 여론 정치를 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개인적인 선악에 대한 믿음에 얽매이면 이는 또 다른 대립과 갈등을 파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군주의 권력은 국가 구성원의 요구와 동의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그 정당성과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정치란 한정된 사회적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나타나는 참여자 간의 갈등을 대화와 협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했다.

우리는 정부 수립 이후 권력형 비리 적폐 청산을 빌미로 역대 대통령이 교도소에 가는 불운의 역사를 많이 경험했다.

이를 마감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권력 주변이 조국 사태 비호에서 빨리 벗어나야 검찰 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 11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저지른 범죄들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솔직히 고백할 것은 고백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면 된다.

그러나 파사현정의 헌법 가치를 위해 부정과 부패를 그냥 덮고 검찰을 개혁할 수 없다.

어리석은 생각일지 몰라도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은 설사 제 식구가 관련이 있다 해도 잘못된 것을 들춰낸 검찰을 비난하며 공격하지 말고 정의롭게 검찰 개혁의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 속에 스며든 정신은 영원하다는 역사적 교훈을 바르게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불경에 자리이타 여조양익이란 말이 있다.

새는 양 날개가 있어야 날아다닐 수 있듯이 정치에서의 공명조는 국민의 불행을 초래한다.

그런 점에서 비익조’(比翼鳥)란 새의 의미를 음미할 만하다.

비익조는 날개와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도, 날 수도 없는 상상의 새다.

한 쪽 날개로 날 수 없고, 한 쪽 눈으로 보기에도 불편하다. 짝을 찾아 서로 껴안아야만 날 수 있는 운명을 가진 새다.

올 한 해는 너 죽고 나 살자식 갈등, 즉 칡나무와 등나무의 싸움을 벌여서는 안 된다. 또한 너 죽고 나 죽는 공명조식 공멸이 돼서는 더욱 안 된다.

너도 살고 나도 잘사는 자리이타의 정신, 비익조처럼 함께 더불어 사는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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