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물결에 막혀버린 주민들 ‘애향’의 마음
개발 물결에 막혀버린 주민들 ‘애향’의 마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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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애월읍 한담 해변산책로

한담~곽지포구 잇는 대표 관광지
카페·음식점 등 대형 건물 들어서
‘표해록’ 장한철 생가 방치 안타까워
가린돌·곽지8경 ‘치소기암’ 눈길
제주시 애월읍 한담리에 위치한 장한철 산책로 입구.
제주시 애월읍 한담리에 위치한 장한철 산책로 입구.

■ 복잡한 한담 해변산책로

제주특별자치도는 2000년대 들면서 도내 연안의 침식 방지 및 해안사구 보호사업을 벌여 연안정비를 실시했다. 이 사업의 하나로 한담포구와 곽지포구를 잇는 폭 150~200, 길이 1200m해변산책로가 탄생됐다.

제주자연석을 가공해 맵시 있게 깔아놓고 자동차가 다니지 못 하도록 조성한 것이 성공적이었다. 산책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깨끗이 보전되고 있거니와 이 산책로가 외부로 널리 알려지면서 대내외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처음에는 들머리인 한담동을 넣어 한담동 해변산책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지만, 상당 부분이 곽지리 지경이라 나중에 곽지 과물해변 산책로에도 포함되었고, 곽금초등학교에서 만든 곽지8경을 잇는 곽금 산책로로도 이용된다.

이후 표해록(漂海錄)’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이곳이 그 책의 저자 장한철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 애월읍에서는 그를 기념하여 한담마을 장한철 산책로로 명명하였다. 지금은 이곳으로 올레 15-B코스가 지나기도 한다.

 

산책로에서 본 해안 모습.
산책로에서 본 해안 모습.

■ 새로운 관광타운 한담동

상전벽해라고나 할까? 아름답고 조용하던 마을에 모 탤런트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이곳 주택지를 구입해 들어오고, 때 맞춰 이 산책로가 생겨나면서 땅값이 치솟고 주민들이 생활터전이 바뀌어져 카페와 음식점,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이 들어섰고 대형 건물들이 주위에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바닷가 언덕에 애향동산을 조성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눈 감으면 이제도 파도소리 물새소리 들리는 내 고향 한담동 꿈엔들 잊을소냐. 어린 시절 테우배 타고 물내리면 짓동 모래밭에서 조개 잡는데 하늣여 코지 저 멀리서 해녀 숨비소리 숨 가쁘네. 하루종일 용드랑물에서 멱감던 추억들이여. 가린돌 기정밭 정기 이어받아 영원히 애향하옵소서.’

애향원 명단과 한담동 유래를 새긴 비와 제주세관과의 자매결연비는 남아있지만, 등돌과 방앗돌이 놓여있는 애향의 동산은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막혔다. 이제 서너 채 남았던 초가도 사라질 지경이며, 장한철 생가 지붕마저 걷혀 있다.

지붕 걷힌 장한철 생가.
지붕 걷힌 장한철 생가.

■ 장한철 그리고 표해록

녹담거사 장한철(張漢喆)1744(영조 20) 이곳 한담동에서 태어나 정조 때 대정현감을 지낸 조선후기의 문신이다. 1770년 향시에 합격한 그는 한양에서 열리는 대과에 응시하고자 그 해 1225일 장삿배를 타고 일행 29명과 함께 조천포를 떠났으나, 풍랑을 만나 지금의 오키나와의 호산도(虎山島)에 표착하였다가 고생 끝에 8명만이 청산도로 살아 돌아온 것이 이듬해 17일이다. 내친 김에 한양으로 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고 58일에 귀향해 표해록을 썼다.

표해록(漂海錄)1959년 학술조사차 내도했던 서울대 정병욱 교수에 의해 해양문학의 백미로 평가 받아 번역본으로 출간하면서 알려졌고,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제주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장한철 표해기적비.
장한철 표해기적비.

■ 장한철 표해기적비와 생가

녹담거사 장한철 선생 표해기적비는 20115월 곽지리로 이어지는 일주도로변 조그만 공원에 세워졌다. 배에 돛을 단 독특한 모양으로 세워진 이 기적비는 장한철 선생의 8대손인 고() 장시영 회장이 표해록이 제주의 문화유산으로 남아 후손들에게 도전의식을 길러주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1억여 원의 예산을 내어 세운 것이다.

우하(雨荷) 문기선 교수가 디자인을 하고 비문을 썼으며 기단 앞면에는 순동(巡東) 김종호 시인의 시 가린돌 그 파돗소리’, 뒷면에는 장한철 선생의 이력을 새겼다. 비문 중 선생은 후일 강원도 통천군으로 옮겨 살았으며, 녹담집(鹿潭集)을 남기고 타계하니 후손은 강원도에 살고 있다. 이 돌은 사경에 헤매면서 기록을 남기려는 작가정신과 문신으로서 봉공정신을 길이 남기려는 기적비요, 남북으로 헤어진 장씨 집안과 온 도민이 바라는 통일염원비다가 가슴을 친다.

 

■ 장한철 산책로로 들어서며

산책로 입구의 이용 안내판에는 이 지역은 해안절경이 수려함은 물론 일몰 시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계절에 따라 친수 공간을 이용하여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적지라는 내용과 시설물과 자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 진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어 한담마을 장한철 산책로라는 책 모양의 구조물 아래 표해록을 소개하고 그 명명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널리 알리고 선생의 명망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고자 지역원로와 애월리민들의 뜻을 함께 모았다는 내용이다.

세상 길은 걷는 자의 의지대로 열리진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역경을 극복하다 보면 이렇게 뚫릴 수도 있다는 걸 우리에게 깨우친다.

가린돌.
가린돌.

■ 천혜의 산책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자연석을 밟을 수 있어 편안하다. 왼쪽으로는 화산쇄설물 퇴적층 위로 나무와 풀이 자연스럽게 돋아났고, 오른 쪽으로는 검은 돌무더기가 바닷물까지 이어진다. 간혹 작은 해식동굴이 이어지다가 일주도로 쪽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나타났다.

왼쪽에 일구어진 밭 경계에는 때맞춰 제주수선화가 하얗게 길을 밝힌다. 진한 향기의 제주수선화는 해안에 많이 퍼져 있어 동백꽃과 함께 한겨울 제주섬을 장식해 왔다. 바라다 보이는 곳은 바위 위쪽이 둘로 나눠 있어 가린돌이라 한다. 잠시 후에 커다랗고 기이한 바위인 속칭 소로기통이 나오는데, 이곳은 곽지8경에 속하는 치소기암(鴟巢奇巖)’이다.

곽지포구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은 1200m밖에 되지 않아 운동량을 확보하거나 산책을 즐기려면 다시 돌아오길 권한다. 산책길이 끝나는 곳에서 바로 남쪽으로 걸어 나오면 곽지리 모우물정류소가 나온다.

<김창집 본사 객원 기자>

치소기암.
치소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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