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4절과 관련 인물들(1)
탐라4절과 관련 인물들(1)
  • 제주일보
  • 승인 2020.01.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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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 사단법인 질토래비 이사장

빼어난 경치를 절경이라 하고 빼어난 미인을 절세가인이라 하듯, 제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빼어난 인물 4명을 탐라4절(耽羅四絶)이라 칭하고 있다.
풍수에 고홍진(1602-1682), 복서(卜筮)에 문영후(1629-1684), 의술에 진국태(1680-1745), 풍채에 양유성(1684-1761)이 그들이다.

제주시 이호동(오도롱) 출신인 고홍진은 간옹 이익의 제자이다. 헌마공신 김만일의 사위이기도 한 간옹은, 이원진 목사를 도와 탐라지를 감교(勘校)한 고홍진과 이괴 목사를 도와 귤림서원을 연 김진용 등의 제자들을 길러낸 유배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해산 목사(화약 발명가인 최무선의 아들로 왜구가 자주 출몰하는 제주에 화약을 만들기 위해 부임했다는 설이 있음) 재임 당시인 1435년 발생한 관부화재로 대부분의 문적(文籍)이 불에 타버려 탐라에 관한 자료가 없음을 통탄한 이원진 목사는 고홍진에게 ‘탐라지’ 편찬을 의뢰했다. 각종 문헌을 섭렵한 공은 역사적인 문헌인 탐라지를 1653년 드디어 출판했다.

공이 감교한 탐라지는 제주에서 현존하는 서적 중 가장 오래된 읍지로 알려져 있다. 65세(1666년)의 나이에 성균관 식년시에 급제해 성균관 전적과 통훈대부 등을 지낸 공은 한양에서 훈학하다 수년 후 귀향했다. 전적(典籍)은 정6품으로 성균관의 유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담당하는 관직이었다.

1675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소두산은 공을 도안(道眼)이라 부르며 탐라4절에서 제일이라 칭하기도 했다. 젊어서 고생원으로 불려지기도 했던 공은 말년에 향리 자제들을 모아 훈학하며 인재들을 양성했다.

그의 손자 찬은 좌승지, 경은 경연참찬관, 증손 만춘은 강원감사어사, 만첨은 해남현감, 만갑은 예조좌랑, 외손인 오정빈은 만경현령을 지냈을 정도로 공의 후손에는 문무에 현달한 이들이 매우 많았다. 제주무속에 고전적 본풀이가 전해올 정도로 공이 제주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고 전한다.

제주의 설화에 문곡성으로도 등장하는 애월읍 어음리(비멘이) 출신인 문영후는 문무를 겸비한 비범한 인물이었다 한다. 1664년 조정에서는 정언(正言) 윤심을 제주시재어사로 보내어 관리 등용을 위한 과거를 보게 했다.

이때 공은 사촌동생인 문징후와 위의 고홍진과 함께 문과(무과에는 문창업이)에 급제했다. 합격자에게는 초시와 복시를 치르지 않고 바로 전시에 응시할 수 있는 이른 바 직부전시(直赴殿試)의 특전이 주어졌다.

이어 1666년 행해진 식년문과 전시에 급제한 문영후는 이후 전라도 남원의 오수찰방과 곡성현감을 지냈다. 탐라기년을 쓴 심재 김석익(金錫翼)은 공에 대해 “왕자 문창우의 후손으로 문예(文藝)가 남보다 뛰어났고 점치는 일이 더욱 교묘해 기이하게 많이 맞혔다.”고 했다. 

1681년 좌수 오상현과 함께 공정하지 못 한 부역에 대해 제주목사 임홍망에게 진언해 조정에서 법령을 바로잡도록 힘썼다. 그리하여 제주 백성들은 과중한 세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천문에도 조예가 깊었던 공은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복서(卜筮)를 잘해 장래를 정확히 예측해 사람들을 자주 놀라게 했다.

말년에 제주향교 교수로 임명된 공은, 공식석상에서 판관의 아래에 앉고 현감의 윗자리에 앉으니 사람들이 체통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 우러러 보았다. 당시 향교의 교수는 판관보다 상위직급었지만 판관과 간혹 서열을 다투는 경우가 있었다 한다.(지면 관계로 탐라2절은 다음 기회에 실립니다.)

탐라4절에서 보듯 제주에는 오래 전부터 후세에게 귀감이 되는 여러 인물들을 선정해 제주3절신, 제주4현과 5현, 제주3기, 제주3재 등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제주의 빼어난 경치들을 영주10경이라 이름하여 자랑하듯 탐라4절 역시 제주의 자랑이다.

제주를 더욱 제주답게 가꾼 인물들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일 역시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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