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도 설이 있고, 가족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도 설이 있고, 가족이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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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체불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제주지역 체불임금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처리 중인 외국인 체불임금’은 8090만원으로 전년(4530만원)에 비해 78.6%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 체불임금 총액도 도내 221개사업장에서 17억8400만원으로 전년도 9억5600만원에 비해 갑절이나 됐다. 전년도에는 임금을 받지 못 한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402명이다. 2년 전(262명)보다 53.4% 증가했다.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임금 체불까지 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체불한 사업장 중에는 경영난으로 부득이 임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외국인 근로자라 해서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까지 체불하고 있다면 낯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값싼 노동력에 구미가 당겨 외국인 근로자를 부릴 때는 언제고 임금을 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그들에 대해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식이어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고도 어디가서 제주특별자치도가 국제자유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잡아 그간 일한 정당한 임금을 떼먹는 정신상태로 무슨 큰 돈을 벌겠으며 그 돈인들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더군다나 이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말을 배우면서 ‘밀린 돈 주세요’, ‘때리지 마세요’ 라는 표현부터 익힌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한 삯도 받지 못한 채 본국에 돌아간다면 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하게 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입장을 바꿔 내 가족, 친지가 해외에 나가 이런 억울한 지경을 당하고 쫓겨난다면 어떻겠는가.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들이 그간 다들 피해가는 우리 3D업종의 인력난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던 점을 유념해 그들이 일한 대가만은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이 설날이 있는 아시아권 사람들이다.

중국에서는 우리와 같이 음력 1월1일 새해맞이 명절, 춘절(春節)을 쇠고 베트남에서도 같은 날 ‘뗏’(설날)을 쇠며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준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설이 있고 고국에는 그리운 가족들이 있다.

다가오는 설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실태를 철저히 감독하고 임금체불을 해소시키기 바란다. 차제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 그들을 위한 종합적인 체불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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