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명맥 이어온 신비의 왕국
수백년 명맥 이어온 신비의 왕국
  • 제주일보
  • 승인 2020.01.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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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10)
무스탕의 콜라강과 디콜라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콜라강의 상류지대에 이르자 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2개의 마을이 보인다.
무스탕의 콜라강과 디콜라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콜라강의 상류지대에 이르자 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2개의 마을이 보인다.

외국인 발길 허락되지 않았던 땅

무스탕은 600년 전 로(Lo) 왕국 건국 당시 티벳 문화를 수용하던 시기의 모습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스탕 도처에 산재한 곰빠(불교사원)가 대표적인 유물이고 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된 요새 유적도 많다고 합니다.

로 왕국은 티벳 출신 이주자 후손인 아메 팔(Ame Pal) 왕이 그의 세 아들과 함께 깔리간다키강의 위쪽 지역을 평정한 14세기 후반(1380)에 세웠답니다. 이후 네팔 중부의 강국이던 줌라(Zumla) 왕국의 침입을 받기는 했으나 특수한 지리적 여건으로 항상 독립 왕국을 유지했답니다. 18세기 후반 네팔 구르카 왕국이 주변의 작은 왕국을 모두 복속시킬 때 로 왕국도 편입됐으나 다른 왕국과는 달리 자치 체제를 보장받았고, 지금까지도 왕국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19세기 후반 티벳 정부가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네팔과의 국경을 통제하면서 티벳과 교역통로가 막혀 왕국의 경제가 크게 저하됐습니다. 이로 인해 네팔 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 됐답니다.

무스탕은 외국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다가 1951년부터 1960년까지 9년 동안 외국인 입국이 허용됐답니다. 이 무렵 토니 하겐, 지우제페 투치, 스넬그로브 등 연구자들이 무스탕을 들어갔으나 1960년 이후 다시 외국인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이 금지령은 1991년까지 이어져 무스탕은 금단의 왕국이란 별칭을 얻게 됐습니다.

 

디마을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는 주민.
디마을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는 주민.

황무지서 삶의 터전 일군 사람들

거대한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 얼마나 넓은지 마치 평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스탕 마을 대부분은 강 언저리에 형성돼 거기서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강에서 흘러온 퇴적물을 이용해 밭을 일궈 사과 등 각종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바로 앞인 듯한데, 바위틈을 돌고 돌아 내려가자니 경사가 심해 서 있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외국인이 많이 찾아왔다면 이 경사진 곳에 밧줄이라도 설치를 했을 텐데. 아무런 안전시설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아직도 이 곳은 오지 중에 오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팔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많이 하지 아직은 멀고 험한 무스탕 트레킹은 상상도 못 하고 있답니다.

무스탕을 한 번 돌아보면 지형이 얼마나 험준하고 척박한 땅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척박한 땅에서도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는 무스탕 사람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일행이 향하는 디마을 역시 강 주변에 농지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을 뿐 주위 어느 곳을 둘러봐도 나무 한 그루 없는 그야말로 삭막한 지대입니다.

높은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데 문득 멀리 있는 가족들 생각이 납니다. 특히 힘이 들고 어려울 때면 소리쳐 부르고 싶은 가족들, 꿈에서라도 봤으면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때는 꿈에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이 부족한 것인가.

디마을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마을로 전형적인 티벳 형식의 집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작은 골목 사이를 돌아 숙소로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습니다.

~저 행복감’, 그 어떤 순간보다 멀고 험한 길을 걷고 난 다음 누리는 즐거움이야말로 오직 험준한 오지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일 겁니다.

이런 오지에서 점심으로 카레라이스를 먹고 있습니다. 이번 트레킹에는 한국 음식을 잘하는 요리사가 동행한 덕분에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아직 여유가 있으니 1시간 푹 쉬었다가 출발한답니다. 오랜만에 보내지 못 하는 편지를 쓰면서 가족의 안부를 묻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무스탕 트레킹 도중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초르텐(불탑).
무스탕 트레킹 도중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초르텐(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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