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선 문학계 이단아 ‘마광수’
시대를 앞선 문학계 이단아 ‘마광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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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라(1992)

1992년 외설 논쟁 강의 중 구속되기도
“표현의 자유” 극과 극 평가 논란 중심
연세대 박물관서 작품·유품 전시 중
즐거운 사라(청하, 1992) 표지.
즐거운 사라(청하, 1992) 표지.

헌책방을 경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책도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내용을 담은 책도 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세상에 나오자마자 절판되거나 출판이 금지되어 지금은 접하기 힘든 책들도 있다.

일단 그런 종류에 해당되는 책들은 입수되는 대로 따로 분리해서 정리해 놓는다. 그런 책들이 우리 책방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경제적 가치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중에는 지금은 찾는 이들이 없어 자리만 차지하는 계륵 같은 존재인 책도 있지만 그 책이 가진 특별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을 가진 책들 중에 대표적인 한 분야를 꼽자면 필화(筆禍)를 겪은 놈들이 있다.

근래에 들어온 그런 부류의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설가 마광수(馬光洙 1951~2017)즐거운 사라’(청하, 1992). 이 책이 출판되었던 바로 그 해에 음란소설을 썼다는 혐의로 강의 중인 현직 대학교수를 강의실에서 긴급 체포해서 구속 기소하고 판매 금지한 사건으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당시 이 책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문제나 창작물에 대한 법적 제재 가능 여부,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가지고 법정과 학계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이들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사람으로 또 어떤 이들은 도덕성을 파괴하고 미풍양속을 저해한 사람으로 극과 극인 평가를 함으로써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1995년 대법원에서 그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는데, 그 와중에도 연세대 국문학과 제자들을 중심으로 마광수는 옳다’(사회평론, 1995)를 발간하면서 항의했지만 결국 교수직을 떠나야 했다. 1998년 사면을 받아 복직된 후에도 연구실적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하는 등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지독한 마음의 병을 얻었다.

2011년 한겨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분명 더 야해지긴 야해졌는데 겉으로는 왜 20년 전과 똑같지? 높으신 분들, 하느님 찾는 분들, 엘리트님들 낮에는 근엄한 목소리로 마광수 죽여라 해놓고 밤에는 룸살롱 가는 것도 똑같아”, “그러니 낮에는 교수, 밤에는 야수문제는 작품이 아니라 마광수이기 때문이며, “‘교수란 새끼가 어떻게 제자 따먹는 얘기를 써?’ 그거지. 그거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고 이왕의 상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인터넷판 201144일자)

박사학위논문인 윤동주연구’(연세대, 1983)로 유명한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그는 한때 미술을 전공할까 고민하기도 했던 화가이기도 했다. 그가 마음의 병으로 세상을 버린 지 꼭 2주기가 되는 지난해 95일부터 그가 남긴 작품과 유품을 전시하는 특별전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가 연세대 박물관에서 오는 3월까지 열리고 있다.

마광수 교수 유작 기증 특별전에 출품된 마광수 교수의 작품 ‘어려운 책은 못쓴책’.
마광수 교수 유작 기증 특별전에 출품된 마광수 교수의 작품 ‘어려운 책은 못쓴책’.

그 도록의 맨 끝에 실린 그의 시 내가 죽은 뒤에는에서 조롱섞인 비아냥 받으며 변태, 색마, 미친 말 등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칭송을 받든 욕을 얻어먹든 죽어 없어진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그저 나는 윤회하지 않고 꺼져버리기를 바랄뿐”(‘시선’, 페이퍼로드, 2017)이라 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사항은 지금으로선 이루어지기 힘들 듯 싶다. 지금을 사는 이들 가운데는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특별함을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까닭이다.

연세대 박물관에서 개최된 마광수 교수 유작 기증 특별전 중 마 교수의 저작물 부분.
연세대 박물관에서 개최된 마광수 교수 유작 기증 특별전 중 마 교수의 저작물 부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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