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설을 기다리며
따뜻한 설을 기다리며
  • 홍성배 뉴미디어국장
  • 승인 2020.01.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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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새로운 10년에 대한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았지만 오늘이 어제에서 이어지듯 막상 시작부터 그런 바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뉴스의 헤드라인은 우울 모드로 출발했다.

넓게 보면 지구촌은 중동발 악재로 초긴장이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의 실세 솔레이마니가 사망하자 이란은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고, 그에 맞서 미국은 병력을 증파하며 힘에 의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불시에 이란이 이라크 주재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예측불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혁명의 최후 승리를 위해 또다시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재개를 시사해 한반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야를 좁혀 제주로 돌아오면 제2공항 갈등을 비롯해 난제가 산적하다. 특히 도민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2년 전의 이야기가 됐지만 제주경제의 실적이 몸으로 느끼던 어려움이 단지 느낌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지역소득 잠정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제주의 지역내총생산(GRDP명목 기준)은 전년보다 0.4% 감소했다. GRDP가 감소한 것은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경제성장률은 1.7%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고, 도민 1인당 GRDP3051만원으로 전국 평균(3682만원)8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라고 나아졌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더 깊어진 것을 보면 결과를 가늠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처럼 우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록 작지만 희망의 끈을 발견하게 된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이들이 주위에 여럿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덕산은 고() 강덕주 회장의 1주기를 맞아 1억원의 성금을 적십자사에 쾌척했다. 어린 시절 힘들게 생활했던 강 회장은 생전에 나눔과 봉사를 마음에 두고 2008년부터 매년 거액을 지역사회에 기탁해왔다. 강 회장의 이 같은 나눔 정신은 대물림돼 이번 성금 기탁으로 이어졌는데, 자식들은 부모의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말 본지에 소개된 강태영 제주자동차운전전문학원장의 사례도 나눔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불의의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어 경황이 없던 강 원장에게 버너라면담요 등을 건네주던 노란조끼의 적십자 봉사원들의 모습이 각인됐다. ‘언젠가는 나도 나눔을 실천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던 강 원장은 대수술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자 나눔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며 10년 넘게 행동에 옮기고 있다.

어제(8)는 오현고에서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해졌다. 젊었을 때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형편이 넉넉지 않으면서도 아들의 모교인 오현고에 3억원이라는 거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이 어머니는 아들을 그리며 10년 전에도 오현고에 2억원을 쾌척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금품을 전달하고 식사를 대접하는가 하면 재능을 기부하고 노력 봉사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보름 있으면 설이다. 올해도 익명의 독지가와 이웃을 찾는 발걸음은 이어질 것이다. 이들이 있기에 어렵고 힘들지만 제주 공동체가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강풍이 몰아치고 하루 사이에 겨울로 되돌아간 8일 낮 12시 현재 제주시 노형오거리와 도청 로비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의 나눔 온도는 76.9도였다. 이는 전국 평균 79.9도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해마다 100도 넘는 뜨거운 이웃사랑을 보여준 바 있다.

홍성배 뉴미디어국장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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