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119센터 실습을 마치며
항만119센터 실습을 마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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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청.제주한라대 응급구조과

지난해 12, 2학년의 마지막 시험이 끝나자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로 첫 실습을 나갔다.

어려서부터 커다란 빨간 자동차를 이끌고 위급한 생명의 불씨를 다시 피워내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을 동경해 왔는데, 그들과 한 몸이 돼 직접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설렜다. 동시에 혹시나 실수해서 피해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제주소방서에 배정을 받아 드디어 항만119센터로 가게 됐는데 모든 반장님이 반갑게 맞아주고 편하게 대해줘서 긴장이 많이 풀렸던 것 같다.

첫날에는 반장님들은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과 함께 구급차의 제원,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구비돼 있는 위치 등을 알려 줬다.

특히 한 반장님은 몸소 분리형 들것 장비에 누워 내가 장비 사용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해줬는데 사소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감동은 절대 사소하지 않았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 출동을 하게 됐다. 출동 현장에서 마주한 환자는 하복부 통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데,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반장님이 환자의 주 호소와 병력, 활력징후를 알아내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게 됐다.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친숙한 말투와 함께 적절한 처치를 하는 반장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많은 출동을 경험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늦은 식사를 하거나 식사 도중 출동을 나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새삼 일상생활에서는 알 수 없었던 구급대원들의 노고를 뼈저리게 느끼며 존경심이 들었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수고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취자들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고 심지어는 거동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려고 119 신고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정작 119가 필요한 곳과 때는 따로 있는데. 하지만 어떤 환자든 최선을 다하시는 반장님들을 보니 정말 멋있다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번 4주간의 소방 실습은 내 꿈을 더욱 견고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됐고 다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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