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정치인들에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07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태용 수필가

12()중에 마지막 동물 돼지의 해 기해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안녕을 고하며 펄럭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일이 지났다. 땅바닥에 툭툭 떨어진 나뭇잎들도 바람에 휘날리며 훨훨 거린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도 달려왔을까.

지난해, 몇 몇 정치인들의 삭발로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툭툭 떨어지더니, 한 해를 살아온 나뭇잎들이 미련을 버리고 후드득 후드득 모두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떨어진 소리는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소리였다면, 낙엽이 떨어져 구르는 소리는 새 생명을 위한 떨림의 소리였지 싶다.

그 가치를 함부로 매길 수는 없지만 자연에서 생명을 보듯, 생명은 이처럼 조화를 이루며 지속되고 있다. 때로는 파랗게, 때로는 푸르게, 때로는 붉게, 때로는 누렇게 번갈아가며 이렇게 섭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자연은 곧 우리의 스승이자, 조상이자, 부모 형제이고,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다.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간도 그 본질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던가. 그래서 생명은 신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어느 농촌마을 토굴에 파란 이끼가 낀 담벼락 사이로 해우소란 글씨가 보인다.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소박한 뒷간, 전통화장실이다. 등잔으로 만든 조그마한 조명이 이채롭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근심을 푸는 곳이기에 생명의 환원과 비움의 철학을 담아 해우소란 이름을 지었으리라.

해우소와 잘 어우러진 텃밭이 겨울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잎을 떨구어 낸 누런 호박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서쪽에서부터 살며시 찾아와 머릿결을 스치고 달아나는 칼바람도 겨울이고, 뒤뜰에 우뚝 선 감나무의 모습도 겨울이다. 윤리적이라 여기는 명시적 가치규범인 각자의 처지를 반영한 타협의 결과물들이다.

이처럼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자연은 견불성(見佛性)이 되었는데, 그래서 농촌의 들녘은 아름다운데, 우리에게 아름답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정치다. 탐욕과 분쟁만 있을 뿐이다. 해우소에서 깨달음의 의미를 배웠으면 좋겠다.

이제, 얼마 없으면 날씨가 더욱 차가워지고 눈이 내릴 것이다. 서민들은 고민이 말이 아니다. 추워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갑은 얄팍한데 물가는 치솟고 아이들을 생각하면 둥지만큼은 따뜻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고유가로 인해 난방은 엄두가나지 않는다. 정말 서민들은 신음만 토해야 하는지 멈춤 없는 정치정쟁은 적개심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이 때 쯤 자주 듣게 되는 말, “작금의 민생불안은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前兆)”라는 것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러다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파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멍들다 지쳐서 타들어가는 서민들의 가슴에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희망의 소식이 빨리 올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