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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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이웃들의 슬픔에 마음이 아프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 된 것은 없고 그저 꼬이고 뒤틀어져 시작과 끝을 찾기조차 어려운 연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심정이 이같이 먹먹한 것은 민생(民生)의 추락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나 서귀포시나 폐업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거리마다 질펀하다. 국세청의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제주지역 개인·법인 사업자(간이·면세사업자 포함)는 총 1만3461명이다.

매일 37~38개 사업장이 ‘폐업’ 딱지를 붙이고 문을 닫는 날이 계속됐다는 얘기다.
도내 폐업사업자 수는 2013년 9426명, 2014년 9381명, 2015년 9430명, 2016년 1만1683명, 2017년 1만2315명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집계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전국 폐업자 수가 감소세(-0.8%)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제주지역 폐업 사업자는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더욱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20년 이상 친숙했던 가게와 업소 3000여 곳이 문을 닫고 떠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폐업한 업소를 보면 1년이 안 돼 폐업한 사업자가 지난해 대비 4.8% 늘어난 3484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10년 이상 20년 미만(17.1%)·20년 이상(22.5%) 사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할 것 없으면 장사나 할까” 라는 말은 더 이상 없다. 이제는 “장사하면 10명 중 한 명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었음을 통계자료가 증명하고 있다. 폐업이 급증하는 가장 궁극적인 원인은 자영업자가 장기적 생존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변화다.

가장 먼저 내수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근본적인 매출 감소 문제가 있다. 경제통계는 자영업 의 현실을 다 말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영업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의 대다수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발표되는 통계치보다 자영업의 상황은 훨씬 나쁠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 전신마비 환자가 겪는 실질적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실제 해당 환자들은 언어마비 현상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2019년 세밑을 맞이하고 있는 자영업자 대부분은 지금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새해에는 도민의 눈물이 닦여질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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