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年
送年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12.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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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정말 나이를 먹을 수록 빠른가? 새해를 맞은 것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덧 송년(送年)의 시간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Paul Alexandre René Janet)도 세밑에 이런 생각을 했다.
왜 같은 1년이라도 어린아이는 길게 느끼고 성인들은 짧게 느껴질까.
오랜 사색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5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5분의 1’ 이지만, 50살이 된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 에 불과하다.” 그만큼 5살짜리 아이는 50세의 성인에 비해 1년을 길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살아온 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의 비중이 작아지고 짧게 느껴진다는 ‘자네의 법칙’이다.
2019년은 유독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였다. 세모(歲暮)날씨도 잔뜩 흐렸다. 지난 1년의 속도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이른바 ‘조국사태’는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임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받고있어 조국발 혼란은 새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연말에 터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은 급기야 제주도지사 선거개입 의혹사건으로 일파만파로 번졌다. 제주 정치권의 ‘폭로무대’도 새해 초에 예고된 마당이다.

이 판에 제주경제는 그야말로 침몰 직전이다. 2018년 제주지역내 총생산이 1998년 IMF사태 이후 처음 감소했다. 건설·농림어업·제조업 등 지역의 주요산업이 전방위에 걸쳐 급격한 하강세를 보이면서 도내 성장률은 13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충격적인 통계청의 집계 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2019년 올해 집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회는 이 해 마지막 날까지 아수라(阿修羅)장이 되고 있다.
‘아수라’란 뭔가. 얼굴이 3개이고 팔이 6개나 8개인 ‘삼면육~팔비(三面六~八臂)’ 괴물이다.
제주 산업현장 여기저기도 아수라장이다. 제주개발공사가 파업사태로 삼다수 생산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비상품 감귤처리가 막히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감귤값이 30%나 떨어져 애타는 감귤농민들은 입술이 타고 있다.

광어값 폭락으로 가슴이 타는 양식 어민들은 또 어떤가. 문을 닫은 호텔에서 쫓겨난 종업원들, 퇴직금 탈탈 털어 창업한 커피집을 말아먹은 은퇴자, 폐업한 동네 가게에서 한숨짓는 이웃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건 건설업계 아수라장. 건설 사업자들이 야반도주 일보직전이다.
이 연말, 주위는 온통 혹독한 시련으로 하늘, 땅, 사람 모두 잿빛이다. 옴치고 뛸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버티다 보면 삶은 재건된다는 게 세상의 가르침이다.

▲내년은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 여건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아서다. 정치인들이 책임없이 뱉어낸 말의 거품이 가라앉고 냉혹한 경제 현실이 맨얼굴을 하나씩 드러낼 테니 더욱 그렇다.
이런 때일수록 저마다 선 자리에서 마음 다잡고 맞서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든 견뎌내다 보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그동안 우리가 헤쳐온 험하고 팍팍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지금은 그래도 살 만한 세상 아닌가.

장자(莊子) 추수편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해가 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네.
(年不可擧 時不可止 연불가거 시불가지) 세상 사는 일에는 채우고 비우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니,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消息盈虛 終則有始 소식영허 종즉유시)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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