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타령은 이제 그만
빨갱이 타령은 이제 그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2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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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20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지도 20년이 흘렀다. 세상은 기우뚱거려도 태양은 어김없이 뜨고 진다.

우리에게 20세기는 무엇이었나.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어제와 오늘이 다른 날이 아닐진대 칼로 두부 자르듯 시기를 나누는 건 나름의 효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나무가 자라면서 마디를 맺듯 우리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인류에게 20세기는 이념의 세기였다. 제국주의로 시작된 광풍이 이념 대결의 파고를 넘어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됐고 이념 대결의 전장이 됐으며 결국 허리 잘린 신세가 됐다.

한편 이념 대결의 최전선에서 자본주의 진영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 여전히 우리 몸 곳곳에 생채기는 남아 있지만 영욕의 20세기를 잘 빠져나온 셈이다.

지금 인류는 몸부림치고 있다. 이념 대결의 몸부림이 아니라 자본 대결의 몸부림이다. 지난 세기 두 개의 사다리 중 하나는 붕괴되고 이제 하나의 사다리만 남았다.

자본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자본이 아니다. 자본은 이윤 창출을 위해 24시간 잠을 자지 않는다. 자기 학습을 위해 24시간 잠을 자지 않는 알파고와 비슷하다. 더구나 자본은 자기들이 마음대로 뛰어넘을 수 있게 국가 간 장벽을 무력화시킨다. 그 덕에 세계는 많이 평평해졌지만 그에 따른 아픔 또한 만만치 않다.

사실 역사를 보면 인류문명의 중심지는 돈을 따라 움직였다. 생산과 무역을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한 지역은 권력과 함께 예술과 학문이 흘러넘쳤다.

인간의 지적 에너지는 경제적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 것이다. 이념은 포장지에 불과하다. 경제적 부는 정치적 권력을 낳고 양자의 결합은 자가발전과 자기 유지를 위해 학문과 예술을 후원한다. 여기서 그럴듯한 이념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동시대 속에는 과거의 시간이 중첩돼 있다. 누구는 여전히 조선 시대를 살고 있고 또 다른 누구는 여전히 일제강점기를 살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는 한국 전쟁기를 살고 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권위주의 시절을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기존 질서와 가치가 급변하는 생명 복제와 인공지능의 시대가 됐다. 자연의 시간은 무정하게 흐르지만 인간의 시간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그러나 어쩌랴. 무정한 시간은 무한정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어떤 아픔을 갖고 있든 어김없이 오늘의 태양은 뜨고 진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터에 나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달려간다. 시간의 흐름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 한 자는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20세기 이념 대결의 상처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는 사람도 많다. 이념의 낙인은 누군가의 마음에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르나 그 불도장은 이제 쓰임새를 다했다.

손가락질하는 사람이나 손가락질받는 사람이나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그 상처에 계속 소금을 뿌려대면 어쩌자는 말인가. 이념 대결이 끝난 지 30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는 명백하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그리 멀지 않다. 세금을 어디서 얼마나 걷어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입장 차가 있을 뿐이다. 그 차이는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그 몇 퍼센트의 차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 국민들의 삶과 행복이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증오와 저주의 칼날을 내려놓자.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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