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업 ‘불안’…“농촌 현장서 변화·혁신 이끌어내야”
위기의 농업 ‘불안’…“농촌 현장서 변화·혁신 이끌어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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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4. 100년 후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감귤 값 하락에 농가들 인건비 부담 걱정…가공용 처리난에 산지 폐기 신청 처참
올해 출범 정부 농어업·농어촌 특별위, 다원적 기능 농정개혁 추진 10가지 과제 추진
道 선결 과제 ‘자율 농정 확대·농어촌 주민 농정 참여 보장’…수많은 토론 진행돼야
농촌아낙들이 귤을 버리기 아까워서 수확하면서 1차선별하고 있다. 영농비는 커녕 수확하는 인건비도 안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농촌아낙들이 귤을 버리기 아까워서 수확하면서 1차선별하고 있다. 영농비는 커녕 수확하는 인건비도 안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유난히 우리네 농업·농촌에 많은 시련과 숙제를 남겨 주었던 기해년이 저문다.

우울하다. 많은 주변 상황들이 우울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국제 외교, 정치, 제주도의 각종 갈등이 아니더라도 회복되지 못 하는 감귤 가격,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월동채소들의 가격 등등 도처에 우리의 안면근육을 부드럽게 해주어야 되는 요인들이 오히려 경색되게 만들고 있다. 특별한 숫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2020년을 맞이하기 위한 마지막 시련인지도 모른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특별한 미래일 것 같은 경자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 있는 감귤값과 월동채소 그리고 태풍 피해로 초토화된 밭에 파종한 보리가 내년 봄에 제대로 수매가 될 것인가가 농업인들의 걱정 어린 핵심 화두이다.

감귤 가격은 수확하는 인건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우리들 입에 익숙해 있는 파치(가공용 또는 비상품) 처리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을 표출한다. 농가들이 수확하면서 구분해 1차 선별된 가공용 감귤(올해는 비율이 50%대에 이른다고 한다) 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꺼풀 벗겨내면 내용물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괴피가 곱지 않다. 완숙기에 태풍 여파로 생긴 생채기일 뿐이다. 농가들은 수고에 따른 대가도 나오지 않는 골라낸 가공용 처리를 위하여 농협과 선과장에 줄을 선다. 농심이기 때문이다. 생산한 농산물을 버리는 것은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그들을 지배한다. 가공용 감귤을 수매하던 제주개발공사의 노동자들이 창립 24년만에 처음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 가공용 감귤을 처리해야 될 시스템이 멈춰버릴 것이다.

물론 대체방안으로 가공용 감귤 가격(180/)으로 산지 폐기 신청을 받고 있다. 일무 농가는 인건비도 안 나오는 가공용을 밭에 그냥 따서 버리기도 한다. 처참하다, 아니 무너진다 억장이.

농가에서 따서 버린 감귤. 가공용으로 따고 운반하는 비용이 거의 수매가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농가에서 따서 버린 감귤. 가공용으로 따고 운반하는 비용이 거의 수매가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제주도의 겨울 색깔로 대표되는 감귤의 황금빛과 더불어 온갖 푸르름으로 겨울의 이색풍경을 자아내는 보리 또한 우리네 농촌의 색깔이다. 그런데 보리 수매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농협에서는 농가가 신청한 예상 수확량의 50~60%만 수매한다고 농가들에게 통지하였다고 한다. 어이가 상실되는 이즈음의 농업·농촌의 풍경이다.

과연 제주 도정에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은 있는 것일까? 정책은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과 대안이 준비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정책들은 우리 농업인들은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인가?

제주의 생태와 환경을 유지하고 가꾸어 나가는 진정한 제주의 가치인 제주다움을 지켜 나가는 농업·농촌에 그들은 과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 제주의 농업·농촌에는 지난 가을 초입의 지리한 가을장마와 태풍 삼형제의 폭격으로 쉽지 않은 겨울나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예견돼 있었다. 도지사와 농정 당국 그리고 지역농협과 각종 농업인 단체들이 감귤 소비 시장에서 감귤 판매 촉진에 따른 홍보 행사를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노력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와 생산자의 눈높이는 이미 저만큼 올라가 있는데 감귤 홍보를 하고 있는 그들의 방법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선언적 언사와 행위에 대한 증거를 남기기 위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올해 4월에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가 농업·농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사람과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는 농정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농특위가 전국에서 순회 진행된 타운홀 미팅의 결과들을 토대로 밝힌 농정 분야에서 추진할 중점 개혁 과제로 공익 기여 자본 중심의 예산 구조 전환 가격, 경영 안정을 위한 국가 책임 강화 농어촌을 모든 국민의 삶터, 일터, 쉼터, 공동체의 터로 조성 농어촌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증진 먹거리 기본권 보장과 먹거리 주권 확립 지속가능한 축산 및 양식 실현과 가축 질병 근본 대책 수립 지방 정부의 자율 농정 확대와 농어촌 주민 참여 보장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부합하도록 농··축협 및 산림조합 혁신 농어업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마중물 역할 수행 지속가능한 농정, 농정 분권이 실현되도록 농업·농촌의 조직과 제도의 혁신 등 10개다. 화려하다. 이러한 중점 개혁 과제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이 되고 실현이 되어진다면 우리네 농촌은 가장 경쟁력있고 살고 싶어지는 최고의 공간이 될 것이다. 제시된 과제들이 선언문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소망하는 내용들이 적시되었다는 것이다.

10가지 개혁 과제 중 제주도가 선제적으로 해야 될 과제는 일곱 번째인 지방 정부의 자율 농정 확대와 농어촌 주민의 농정 참여 보장이다. 언제부터인가 투기장이 되어버린 우리네 농업, 지속가능성을 입에 달고 있지만 그것을 위한 제도와 조직 그리고 실현 가능한 중·장기적인 계획, 이 모든 것들이 현실적인가를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계급장을 떼어내고 수많은 토론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제주도에도 농업·농촌과 관련한 다양한 위원회들이 존재한다. 그 위원회들이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제주도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농정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에게 수탁한 용역 결과나 행정 전문가들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해보아야 된다. 농정틀 개선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제주도의 농정 틀은 단순히 변화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농정 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제주도정도 농업관련 석·박사도 아니다. 바로 우리 농업·농촌 현장에 있는 농업인과 농촌 주민들이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자긍심과 자존감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전제되겠지만 제주도가 농업·농촌이 참여하고 만들어내는 100년 후의 제주도의 농업·농촌을 제대로 그려내기를 바란다.

내년 이맘때 지난해를 뒤돌아보면서 농업에 대한 성취, 농촌 공동체의 활성화에 수고를, 뜨거운 마음으로 격려해주고 서로를 안아주는 2020년의 오늘을 아련하게 기대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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