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본질
권력의 본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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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요즘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권력형 게이트라는 단어를 수시로 접하고 있다.
비리나 불법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런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니 짜증이 날 정도다. 특히 그것이 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고 평등과 공정을 해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괴감이 들게해 사회적 파장을 한 층 크게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권력이란 국가나 공공 단체, 사회단체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어떤 자격 따위를 통해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리킨다.
이러한 권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거나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그것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력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려면 이 말의 중심을 이루는 權(저울추 권, 권세 권)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자의 원래 뜻은 황화목(黃花木)이라는 관목을 의미했다. 황화목은 그것의 성질이 매우 단단해 잘 변형되지 않으므로 저울대나 저울추로 사용되면서 이와 관련된 뜻도 가지게 됐다.

권력, 혹은 권세의 기반이 저울과 같은 형평성에 있음을 보여주는데 본질적 성격 역시 그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權은 뜻을 가진 글자와 음을 가진 글자가 합쳐져서 제3의 새로운 의미를 가지도록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해당한다.

이것은 木(나무 목)과 雚(황새 관)이 합쳐진 것으로 황새가 나무 위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雚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위의 艹는 머리털이 부스스하게 일어선 도가머리 모양이고 중간의 口는 두 개는 눈을 나타내며 아래의 隹(새 추)는 꼬리가 짧은 새를 가리키는데 이것이 합쳐져서 황새의 모양을 본뜬 글자가 됐다.

황새가 나무 위에 올라가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우아한 모습에 착안해 權이란 글자가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나중에는 사물의 무게를 달고 균형을 잡아주는 저울의 대 혹은 추라는 뜻으로 확장됐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상대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수평을 잡아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적인 뜻으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국가나 조직에 의해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권력이라는 힘은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평함을 잃지 말아야 함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1조1항을 늘 명심한다면 그것의 사유화로 균형을 잃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權은 곧 秤(저울 칭)이므로 자신이 쓰는 권력이 공평하게 사용되는지를 항상 살펴야 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이념을 기반으로 해 스스로는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고쳐 생각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행사해야 한다.

이처럼 권력을 지닌 사람은 그 힘을 사용함에 있어서 늘 극도의 두려움을 가지고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해야 함은 물론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함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권력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패가망신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드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동안의 역사에서 우리 모두는 통렬히 경험한 바 있다.

나무 위에 올라 있는 황새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균형을 잘 잡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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