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행복교실을 마감하며
2019 행복교실을 마감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24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진주 애월고등학교 교사

3월 초 행복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교육계획서를 세웠다. 매일 오후 교실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에는 2학년 10, 2학기에는 1학년 10명을 선정해 운영했다.

선생님이 있어도 자유분방해 수업이 안 되는 아이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 친구 관계가 힘든 아이,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 반에서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한두명 선정해 부모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

1학기에는 남학생 8명과 여학생 2명이 참가했다. 월요일에는 공예 활동으로 주로 만들기를 진행했다. 교실에서 잠만 자는 친구들도 집중력이 뛰어났다. 나무를 자르고 칠하거나 바느질로 인형과 쿠션을 만들어 보는 등 주변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만들기 활동은 아이들을 흥미롭게 했다. 조금이라도 잘하면 마구 칭찬했다. 평소 받아 보지 못 한 칭찬에 아이들은 자신감이 생긴다. 우쭐해 하면서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화요일에는 집단 상담을 통한 원예 활동을 진행했는데 꽃과 나무 등 자연에 교감하면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표현해 줬다.

목요일에는 푸드테라피 활동을 통해 간식을 만들어 먹고 음식이 주는 장단점을 표현해 보기도 했다. 금요일에는 지역 내 애월 청소년문화의집과 연계해 노래방, 탁구장, 댄스 연습실, 컴퓨터 게임, 독서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3시간 동안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오일장과 화조원, VR체험장 등을 찾아 친구들과 미션 활동을 하며 사진을 찍고 간식도 먹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2학기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교실로 복귀했다.

2학기에는 1학년 중심으로 대상자를 모집했다. 교실에 적응하지 못 하거나 정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로 특히 자해 경험이 있는 친구가 많았다. 매 순간 관심과 집중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여학생 9명과 남학생 1명이 신청했다. 아쉽게도 남학생 1명은 개인 상담과 학원으로 돌렸다.

여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네일아트를 추가했다. 아이들은 공예 활동을 좋아했고 특히 네일아트를 무척 좋아했다. 3시간 연속으로 수업하는데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네일아트에 몰두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한 네일아트가 무척 예술적이다. 너무 잘해서 우리들만 가지고 있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3회차쯤 돼서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5~6교시는 배우는 시간을 갖고 이왕이면 인조손톱이 아닌 선생님들 손에 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자신이 없는 듯해 우선 한두명씩 해보고 늘려 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11 선생님 매칭은 효과가 좋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아이들은 그야말로 행복교실에서 천국을 경험하고 있다. 장래에 네일아트숍을 차리는 것을 꿈꾸는 친구도 생겼다. 동아리 축제 때는 친구들에게도 네일아트를 해 주기로 했다.

아이들의 자신감은 지금 최상이다. 아이들은 행복교실에서 지켜야 할 10계명을 읽으며 매일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목요일에는 집단상담으로 원예치료를 하고 금요일에는 애월청소년문화의집과 키티아일랜드, 그리스신화박물관, 소인국테마파크, 제주항공우주 박물관 등을 견학했다.

상담실에 온 한 선생님이 아이리스(애칭)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딴 세계이구나!”라고 한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교실의 풍경은 과연 이 아이들이 교실에 부적응한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게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나의 팬클럽이다. 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희망해 이곳이 행복교실이다라고 말하면 우리 아이들은 여기가 천국이다라고 답한다.

내가 행복교실을 운영하는 가장 큰 주제는 선생님이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다이다. 열정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만날 때 나는 이 곳에서 힘을 얻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몸짓과 발짓, 눈빛으로 하는 언어들에 귀 기울일 때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나에게 다가온다.

비록 어제 자신의 팔에 자해를 한 아이가 있어도 그 아픔을 감싸 안아 주면 아이들은 오늘 하루도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행복교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이 참 좋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