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했던 제주오름, 얼굴이 달라졌다
우아했던 제주오름, 얼굴이 달라졌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12.23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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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나무로 뒤덮이는 오름 능선...사라지는 곡선미]
삼나무 조림-소나무 이상 증식에 경관 가치 등 매력 약화 가속
외형 변화-식생 다양성 훼손-풍광 획일화 등 우려 목소리 커져
자연식생, 벌채 반대 의견도...공론화 통한 접점 마련-대책 시급
제주지역 오름의 능선과 분화구에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빠르게 자라면서 경관적인 가치와 미학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990~2000년대 이전 다랑쉬오름(왼쪽 위)과 최근 다랑쉬오름(오른쪽 위), 예전 아부오름(왼쪽 아래)와 최근 아부오름(오른쪽 아래).

제주지역 오름들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나무가 없었던 오름의 능선과 분화구 등에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빠르게 자라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경관적인 가치와 미학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나무를 잘라 곡선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자연스런 식생 변화는 그대로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어 공론화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3일 도민과 지역주민에 따르면 1990~2000년대까지 사실상 나무가 없던 오름에 조림을 통해 식재된 삼나무가 자라거나 소나무가 이상증식하면서 경관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아부오름과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정월이오름, 왕이메오름, 체오름 등 분화구를 낀 오름들이 대표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던 오름 능선이나 분화구 내부가 나무에 가려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나 말의 오름 방목이 위축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마소가 오름에 자연 발아하는 묘목을 먹어치우던 것이 지금은 그대로 자라면서 오름을 뒤덮고 있다.

한라산에 마소 방목이 사라진 결과 조릿대 등이 빠르게 확산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와 관련 소나무 등의 이상증식으로 오름 외형이 바뀌는 것은 물론 식생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결과적으로 오름의 경관 가치가 획일화하는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은 능선을 중심으로 빼어난 곡선미와 분화구 특유의 자연미를 자랑하던 오름에 나무가 자라면서 신비함이 사라져 버렸다. 고유의 자생식물들도 잠식됐다제주만의 독특한 오름을 지키기 위해 특단의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 동부지역 주민들은 아부오름과 안돌오름, 밧돌오름, 동거미오름, 용눈이오름의 경우 축산소득 기반인 초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오름의 원형 훼손은 제주 전통 목축문화의 소멸과도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중산간 오름은 자연환경보전지역이자 경관보전지구 1등급으로 형질 변경이 금지돼 있다.

실제 아부오름 내 공동목장 46.995.4%는 송당리마을회 소유이고 나머지는 개인 소유로 한우를 입식 사육하면서 초지 관리와 수목 벌채 금지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

제주시 구좌읍이 지역구인 김경학 도의회 운영위원장은 제주 전통의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던 오름들이 사라지고 있다관련 법률과 제도에 의해 나무를 맘대로 자를 수도 없다. 오름의 기능적미학적역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접점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름에서 식생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 관계자는 원래 오름에 나무가 있었는데 마소 방목이나 땔감용 벌채로 사라진 것으로 인위적인 요인이 없이 자연스럽게 자라는 나무는 잘라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오름의 나무 성장에 따른 외형 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벌채 여부 등을 놓고 시선이 엇갈리는 만큼 도민 공론화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제주도제주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들이 모여 논의해 봤지만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입목 벌채는 허가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불가한 상태라며 일부 오름의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도민 의견을 모아 공익적 측면에서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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