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바라보는 시선
비만을 바라보는 시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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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모임이 많아 살찌기 쉬운 연말이다. 그럼에도 한편에는 내년 여름을 대비하여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이들도 적지않이 보인다. 체중감량 비법도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고, 관련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날씬한 몸매를 원하고, 비만에서 게으름’, ‘자제력 없는’, ‘무능함등을 연상하는 시선은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다.

하지만 20세기 이전까지 비만은 오히려 위풍당당또는 부유함을 상징하였다. 18세기에 너무 뚱뚱해서 유명했던 데니얼 램버트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조롱 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전해지는 여러 기록물에서 건장하고 강한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당시 문학작품을 보아도 뚱뚱한 등장 인물은 성격이 유쾌하거나, 혹은 사랑스럽거나 또는 인자하게 묘사된다.

그런데 갑자기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뀐 계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체지방이 필요이상으로 많아지면 역류성식도염,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근골격계 손상 등으로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 사망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환도 증가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오늘날에는 명백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비만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1908년 시몽드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나타난다. 이를 계기로 적절한 체중에 대한 논의가 의학계에서도 일었지만, 더 적극적이었던 곳은 고객의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던 생명보험사였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은 계약자를 대상으로 비만과 사망률에 대한 보고서를 1937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망률을 줄이는 적절한 체중에 대한 권고안이 1960년에 발표된다. 1975년에는 WHO에서 발행한 국제질병분류에 비만이 등록되었고, 이후 비만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자는 기류가 점차 확산되었다. 마침내, 2013년에는 미국의사협회에서도 이를 질병으로 공식 규정하였다.

통계학자 케틀레가 1842년에 제시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체지방량을 예측하는데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 1970년대에 알려지며 쓰이기 시작한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체질량지수(BMI=kg/m2)로 지금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만의 척도다. 체질량지수는 체형(體型)으로 체지방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므로 근육이 발달 등에 의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체질량지수는 출생 후 6세까지는 낮아지다가 20세까지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에는 증가폭이 점차낮아 진다. 보통 일생에서 6살에 가장 날씬하고 50살이후에 가장 뚱뚱한 시기가 온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필자에게 비만은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이다. 체중을 조절하는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실 쉽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걱정한다. 주변에서 ‘"어디 아픈 것이 아니냐", 또는 "살집이 있는 것이 보기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아직도 20세기 이전의 흔적이 현재도 남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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