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 포스터의 교훈
구인 공고 포스터의 교훈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12.17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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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무관, 학력 무관, 나이 무관, 급여는 월 300만원 이상.’

16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부착된 ‘신입사원 모집’ 공고 포스터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입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지원서 작성과 상세 요강을 안내하기 위한 QR코드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것 말고는 흔한 구인 공고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부착 하루 만에 SNS에서 난리가 났다. 지극히 평범한 이 포스터 한 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도배되며 확산되고 있다. 왜 일까?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어보면 고개를 끄덕하게 된다.

휴대전화 화면에 새롭게 뜬 포스터에는 ‘1930년 그들도 속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리고 ‘조선인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방식은 취업사기로 인한 유괴, 인신매매 등 명백한 강제징용입니다’라는 문구가 이어진다. 

포스터 상단에는 눈물을 훔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모습이, 하단에는 평화의 소녀상 사진이 배치됐다. 

그리고 포스터 정 가운데에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 됩니다’라고 적혀있다.

제주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 바로 제주4·3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 감동적인 반전 포스터가 부착된 날은 4·3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딱 20년 되는 날이다.

그런데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보다 진전된 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 개정안의 필요성은 국회도 안다. 정치적 이익 때문에, 당장의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민생법안들을 뒷전에 두다보니 특별법 개정안도 덩달아 묶였다.

그래서 저 포스터가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 대학생의 기특한 아이디어가 SNS와 온라인을 흔들어 놓은 것처럼 특별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한 기폭제가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은 표를 먹고 산다. 국민들이,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국민들과 유권자들이 4·3 특별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지금보다 커져야만 싸우다가도 챙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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