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은 커피,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료로
세례받은 커피,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료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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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12월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해지기도 하지만 세밑의 분주함으로 조급함도 함께 밀려오는 시기다.

이맘 때쯤 한 잔의 커피가 제격인 것은 그윽한 향기와 잔을 받쳐 든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럽이나 북미는 이미 11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됐고 우리도 서서히 한 해의 뒤안길에서 2019년의 마무리에 들어서고 있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자리 잡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 그라나다부터 론다, 세비야를 거쳐 포르투갈 여러 곳을 여행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3일간 머물게 된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우리는 현지인들과 많은 여행객과 함께 때마침 펼쳐진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축하하는 페스티벌 현장에 있었다.

포르투에는 커피와 우유로 만들어진 카페콘레’(caffe con leit)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식 카페라테가 유명하다. 마침 해리포터 작가 조앤롤링이 단골이었다는 카페, 마제스틱(Majestic)을 가볼 기회가 생겨 기대가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는 날이 휴일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카페는 아쉽게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유럽인들의 커피 사랑은 세계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어디서든 쉽게 만나는 그들의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에서 기독교인의 음료도 확장됐던 중요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커피는 15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기독교인들에게는 금지된 음료였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로 인해 커피는 자유의 몸이 됐고 커피 세계화에 한 걸음 더 들어서게 된다.

만일 그때 기독교계가 커피를 배격했다면 지금처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커피로 대접받았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애초에 기독교인의 음료는 와인이었던 반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커피가 이슬람의 와인으로 불리며 귀한 존재로 인정받았다. 하인리히 E. 야콥이 쓴 커피의 역사에서는 알라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천사 가브리엘에게 선물로 받았다는 비약이 자극과 활력을 안겨주는 카베(kahveh) 또는 카와(k´hawah), 즉 커피였다고 한다.

기독교인들은 상대적으로 커피를 사탄의 음료로 여겼으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피의 매력은 그렇게 해서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보다.

소수의 기독교인부터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점점 그 지경을 넓혀 간다. 급기야는 율법에 엄격한 기독교 사제들이 커피를 금지해야 한다고 나섰고 그들은 1592년부터 1605년까지 교황으로 재위했던 클레멘스 8세에게 커피를 금지하게 해 달라는 청원을 내게 된다.

사제들의 간청에 못 이겨 이 무슬림 음료를 맛보게 된 클레멘스 교황은 오히려 커피에 빠져들었다. 그도 커피의 향미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마침내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교황은 커피를 들어 오히려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음료를 이교도들만 마시게 놔두다니 그건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오. 여기에 세례를 베풀어 정식 기독교 음료를 만들어서 사탄을 우롱합시다.’

커피가 교황에 의해 세례를 받은 셈이 됐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정식으로 기독교인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사실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독교인들에게 꽤 심각한 문제였다.

커피의 발견지가 에티오피아이고 커피를 발견했다는 전설 속 인물 칼디가 당시 예멘에서 건너온 이민자였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것으로 봐서 커피는 아랍권인 이슬람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모두가 믿는다. 커피가 이슬람 음료로 출발하게 된 까닭이다.

세계에서 1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로는 유럽인들이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늘 우리의 식탁과 함께했던 것이 커피다. 커피로 식사를 시작하고 커피로 식사를 갈무리했다. 커피는 일상의 음료처럼 우리에게도 서서히 그 지경을 넓혀 가는 것이다.

겨울 추위도 녹일 겸 오늘은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로 세밑의 정을 나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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