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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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전 제주일보 논설고문·논설위원

요즘 한일관계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다 보면 어이 없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이다. 그래서 매번 우리 한국 공직자들만 탓하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도 그렇고 지소미아 안보협약도 그렇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 다시 문제가 불거진 군함도(軍艦島)에 대한 후속조치도 비켜갈 수 없었다. 왜 우리는 매번 일본에 휘둘려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너무 무지(無知)해서 아니면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영악해서 그런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군함도는 한국인 강제징용의 대표적인 역사현장이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남쪽으로 18㎞ 떨어진, 배를 타도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섬 모양이 흡사 전함(戰艦)을 닮았다 하여 히시마(端島)라는 일본 지명보다 군함도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남북으로는 길이 480m. 동서로는 160m 되는 작은 섬이다. 한 일본인 어부에 의해 발견된 이후 1800년대 후반 미쓰비시 그룹이 대대적으로 개발해 석탄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한 때는 상주인구만 해도 5000여 명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인부의 절반 이상은 일제강점기 때에 강제로 징용된 한국인들이었다.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800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한국인 인부들은 중노동과 굶주림 그리고 각종 질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공식적으로 죽은 한국인 노동자만 해도 122명으로 조사됐다.

탈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서는 한국인 인부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들이 나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당시 집단행동이나 탈출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증언한다. 그러다가 군함도는 주요 에너지원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1974년에 폐쇄돼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섬으로 남았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근대산업의 대표적인 현장으로 포장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조건부로 등재를 받아 주었다. 당사국 간의 대화를 통해 군함도에서 일어난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할 것 등을 권고했다. 당사국은 곧 한국을 의미했고 이행경과보고서를 2019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어떤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은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을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한반도 출신자들’이라는 표현으로 감추었다.
지소미아 때에는 일본의 차관 말만 믿고 기한을 연기해줬다가 보기 좋게 뒷통수를 맞았다. 그러한 사실을 애써 덮느라고 일본이 사과를 했니 안 했니 하는 모양 빠진 행태를 보였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대응했다가 망신을 샀다.

이번에는 군함도에 의해 다시 한번 보기좋게 당한 꼴이 됐으니 일본이 프로라면 우리는 아마추어이거나 너무 순진한 거다. 물론 우리 정부에서는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일본이 응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그 뿐이었다. 

일본인들의 대표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인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는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국민들이야 눈치 껏 생활한다 하지만 토씨 하나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국가간의 외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혼네와 다테마에를 달고 사는 일본은 우리 시각에선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것이다. 그들의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 보는 것 그게 그들을 이기는 것이라면 참 치사한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휘둘려 살지 않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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