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는 표심...'맹인모상(盲人摸象)' 선거여론
숨는 표심...'맹인모상(盲人摸象)' 선거여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12.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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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딱 4개월 앞이다. 출마예상자들의 출마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오는 연말과 설날(1월 25일) 연휴에 나타날 여론 향방이 초미의 관심이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함께 제주도의원 재보궐선거도 3곳에서 치러진다.

고(故) 허창옥, 윤춘광 도의원의 타계로 공석이 된 서귀포시 ‘대정읍’, ‘동홍동’ 선거구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임상필 도의원의 ‘대천·중문·예래동’ 선거구 등 3곳이다.

여기다가 1곳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상 허위 여론조사 공포 혐의를 받고 있는 양영식(연동 갑) 도의원의 선거구다. 만약 대법원이 양 의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2심대로 (의원직 상실)확정 판결을 내린다면 제주도의원 선거는 4곳에서 치러지게 된다.

▲주목되는 것은 선거를 많이 겪은 유권자들이 속내를 감추는 데 능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이른 바 ‘표심(票心)이 숨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 우세한 진영은 ‘숨어있는 표’를 경계하고 불리한 진영은 여기에 기대심리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숨은 표의 존재는 실은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을 말하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기법을 상당히 보완했다지만 같은 후보들을 놓고도 결과가 들쭉날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론조사 응답률은 대부분 20% 미만이다.

불교 경전 열반경(涅槃經)에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란 우화가 나온다. 속담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유래인 이 우화는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을 전체로 생각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빗댄다. 여론조사를 신봉하다가는 맹인이 코끼리 만지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십상이란 말이다.

▲‘표심이 숨는다’는 현상은 독재정권 때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흔한 분석은 독일 언론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주장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자신의 견해가 우세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 표출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것이다. 이는 ‘밴드왜건 효과’와 비슷하다. 서커스행렬 맨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악대차(車)가 편승효과를 부추기면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요즘 SNS 공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목소리 큰 게 전체 여론인 양 둔갑하는 것이다. 그렇게 왜곡된 쏠림은 일그러진 ‘SNS 여론’을 낳는다. 통상 진보가 주류 담론인 시기에는 보수가 침묵하고, 보수가 주류 담론일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

‘여론’이라는 말을 처음 쓴 루소가 지적했듯이 여론은 ‘양식 있는 시민의 판단’보다 ‘모종의 분위기 상 압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대선부터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래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홍수다. 지난 20대 총선 때 여론조사만도 1404건에 달할 정도였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수천건의 여론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양적 팽창만큼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하루 만에 진영과 후보 간 지지율이 왔다갔다 하니 ‘못 믿을 여론조사’란 소리를 듣는다.

‘진보는 끼리끼리 뭉치고 보수는 소리없이 뭉친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판은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는 저마다 선거여론이 제가 우세하다고 한다. 사실은 하나인데 한 쪽에서는 거짓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선 진실이라고 한다.

‘거짓말은 날아서 오고, 진실은 그 뒤를 좇아 절뚝거리며 온다’지만 거짓이 영원한 법은 없다.

딱 4개월 후 밝혀질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들도 선거 대목에 흥청망청하겠지만 동시에 위기가 될 것 같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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