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탕
귀비탕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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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한의사

한의원에서 진료하다보면 한의학에 대한 상식을 제법 알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얼마 전에도 어떤 환자분이 원장님 귀비탕 좀 달여 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오셨다.물론 방법상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일반 사람이 귀비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제법 놀랐다. 이렇게 귀비탕은 일반인들에게도 암암리에 잘 알려진 한약처방이다.

귀비탕은 심장과 비장의 양기(陽氣) ()로 인한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처방이다. 불면증을 한의학으로 치료함에 있어 오장의 한열허실(寒熱虛實)을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며 갈증이 나며 맥이 강한 경우는 열중(熱證)이나 실증(實證)에 가까우며 손발이 차며 얼굴색이 창백하고 입맛이 없고 설사를 잘 하는 경우는 한증(寒證)이나 허증(虛證)에 가깝다. 여기에 정신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두근거림, 불안, 불면 등의 증세가 있으면 심장의 양기가 허하다고 할 수 있다.

심장이나 비장의 양기(陽氣)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온기를 구석구석 전달하게 하며 소화를 잘되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한다.

그런데 심장의 양기가 허한 상태는 대개 심혈(心血)부족의 상태를 수반한다. 심리적 불안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이 위축되면서 심장의 양기가 허하고 혈액이 고갈된다. 그래서 심양을 보할 때는 심혈도 같이 보한다. 흔히 잘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꿈을 많이 꾸며 깊은 잠을 못자고 입맛이 없고 어지럽고 피로한 것은 심장의 혈액과 양기가 허한 상태의 증세라고 할 수 있다.

귀비탕에서의 산조인, 당귀, 용안육 등은 심장의 혈을 보하며 안신작용이 강한 약재이다. 황기, 인삼, 감초 등은 심장·비장의 양기를 강화시킨다. 이렇게 귀비탕은 심장의 혈기와 양기를 충만하게 하여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해준다.불면경향이 강하면 산조인의 양을 증량시키면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45세의 여자 환자가 교통사고로 내원한 적이 있었다. 주 증세는 허리 아프고 다리 저리는 증세였지만 피로감, 불안감과 불면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날은 더욱 다리 저림 증세가 심하였다. 그래서 다리 저림을 치료하기 전에 귀비탕으로 심신 불안상태를 치료하였다. 잠을 잘 자게 되면서 다리 저림 증세도 많이 완화 된 경우였다 .

80세의 할머니 주 증세는 요통.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다. 그런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불안감이 있고 어지러움과 불면의 증세를 수반하고 있었다.

역시 귀비탕을 처방하고 두근거림 증세가 호전되면서 허리통증도 완화된 경우였다.

위의 경우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하고 정신이 쇠약한 증세를 주목적으로 한의원에 가지는 않고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갔는데 부수적으로 발견하고 치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한방 치료가 일반 대중에게는 익숙한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비싼 한약 값, 한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된다. 한약의 건강보험 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 할수록 스트레스도 증가하는 현실에서 수면제 우울증의 약은 광범위하게 사용 되고 있다. 이런 약은 정신 신경계통에 작용하고 누적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방 치료가 널리 보급이 된다면 부작용 걱정 줄이면서 화병관련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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