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통곡의 세월…무죄 판결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
“38년 통곡의 세월…무죄 판결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
  • 김지우 기자
  • 승인 2019.12.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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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보안법' 고(故) 홍제화씨, 재심서 무죄 판결
가족들 "평생 고통 속에 살아…이제라도 편히 쉬시길"
동생 홍제선씨(왼쪽)와 故 홍제화씨의 모습.

“선량했던 한 청년과 그의 가족이 38년간 통곡의 세월을 보냈어요. 이제라도 무죄 판결이 내려져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고(故) 홍제화씨의 동생 홍제선씨(58)는 지난 14일 자택에서 본보와 만나 법원의 무죄 판결(본보 12월 13일자 4면 보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홍제선씨는 “형님은 마을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는 똑똑하고 선량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날벼락을 맞았다”며 “한 청년과 가족들의 일상이 모두 무너졌다. 억장이 무너졌지만 어디에도 억울함을 하소연하지 못한 채 38년 세월을 한을 안고 살았다”고 말했다.

홍제화씨는 1981년 7월 27일 조천읍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김일성과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발언을 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 된 홍제화씨는 경찰 조사에서 구타와 고문을 당했고 출소 후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지체 장애 2급 판정까지 받았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반복하다 지난해 7월 5일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홍제선씨는 “출소한 이후 형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너무 놀랐다”며 “집에 있던 앨범과 책 등을 모두 태워버렸다. 길거리에서 콜라를 들고 다니며 혼자 중얼거리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일은 물론 정상적인 일상생활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홍제화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해부터 수십년간 자료를 수집해왔다. 2006년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4년에 걸친 관련 조사 끝에 2010년 7월 6일 불법 구금 속에서 만들어진 의혹 사건으로 인정받았다.

홍제선씨는 “형님에게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정 소식을 전했더니 저한테 고생했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무죄 판결까지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십년간 홍제화씨를 돌본 아내 오모씨(67)는 “우리 아저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너무 아프다”며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속에서 지냈다. 60대였지만 80대 노인처럼 늙은 모습으로 힘들게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무죄판결을 받아서 마음은 너무 기쁘다.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우리 아저씨도 이제 좋은데서 편안하게 쉬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가족들은 무죄 판결을 토대로 홍제화씨의 불법 구금에 대한 배보상을 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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