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의 노을
왕후의 노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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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회보 편집장·논설위원

한국과 인도는 예전부터 문화와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에 세워진 허황옥 공주의 기념비로 두 나라의 관계가 더 강화됐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 국빈 방문해 삼성전자의 휴대폰 제조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인 우타르프라데시(UP)() 노이다시의 준공 행사에 모디 총리와 함께 참석했으며, 김정숙 여사도 아요디야에서 열린 허왕후 기념 공원 착공식에 참석했는데 이는 인도와 한국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오늘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인도 북부 UP주 요기 총리의 환영 인사말이다. 지난 3월 허황옥 공주의 한국 후손들로 구성된 인도 성지 순례단의 방문 자리에서다. 나는 순례단을 안내해 총리 공관 영접실에 배석했다.

UP주는 인구 18000명의 큰 주로 아요디야의 허왕후 기념비 공원을 보존·관리하는 행정 주체다.

한국과 인도는 오랜 교류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가락국의 왕실로 시집간 인도 아유타국(오늘날 아요디야)의 허황옥 공주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인도 연방정부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얼마 전 15대 총리에 연임되자 인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도는 황금 기회(Golden opportunity)’입니다라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인도 총리와 UP주 총리가 내세운 인도 왕실의 허황옥 공주는 누구인가?

한국-인도 교류의 역사는 2000년에 이른다. 한반도 고대 왕국 가야국을 세운 김수로왕과 결혼해 왕후가 된 아유타국의 허황옥 공주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해설한다.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 왕실의 공주 허황옥(16)은 꿈 속에서 계시를 받고 자신의 낭군이 될 김수로왕을 만나기 위해 머나먼 바닷길에 올랐다. 망망대해, 거친 파도를 타고 몇 개월 만에 한반도의 남부 가락국 해안에 도착했다.

멀고 먼 태양의 나라(인도)에서 온 아유타국 공주와 해가 떠오르는 동방의 가야국 초대 왕이 백성들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했다.

허왕후에게 위안이 된 것은 낯선 땅의 저녁노을이었다. 그녀는 왕비가 된 후 그 노을을 잊을 수가 없어 분성산(해발 330m)에 자주 올라갔다. 그녀는 이 산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가야 백성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달랬다. 김해시 어방동에 있는 이 산의 노을은 허왕후의 도전과 사랑을 품고 있다고 해 왕후의 노을로 불린다.

이 산에는 허왕후의 전설이 깃든 해은사도 있다. 그녀가 세운 절()이다. 가야(김해땅)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준 바다에 감사하는 뜻을 담은 절이라 한다. 그래서 바다’()은혜’()를 써서 해은사라고 지었다. 해은사 대왕전 불상 옆에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대형 영정이 봉안돼 있다.

허왕후는 이 산에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국 인도의 그리운 부모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분산성에는 환상적인 노을이 찾아온다. 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허왕후의 후손들은 왕후의 눈물이 보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허왕후 고향에 건립한 유허비(기념비) 앞에서 유건 등 복색을 차려 입고 큰절을 올렸다. 아유타국의 저녁노을도 가야의 노을처럼 환상적이다. 인도 사람들도 사류강의 저 노을을 바라보면서 옛 왕실의 공주를 위해 강녕을 빌고 있는 것 같았다.

인도 주요 인사들은 공·사석에서 우리 왕실의 공주가 한국에 시집가서 후손들이 번영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 체신당국은 허왕후 기념 우표를 발행할 것이라고도 한다.

UP주 총리의 인사말처럼 두 나라의 좋은 관계가 지속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동반자가 돼 같이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국과 인도는 독립기념일도 815일로 같은 날이어서 서로 기뻐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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