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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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제시 잭슨(Jesse Jackson)이라는 미국 흑인이 있었다. 대통령 입후보 경선에서 사회의 제도적인 병폐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라는 사람들이 라고 비난했다.

잭슨이 점잖게 반박했다.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그 새에는 두 개의 날개,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날개는 모양과 크기가 똑 같았다. 금수(禽獸)의 하나인 새조차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를 아울러 가지고 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 원리가 아닐까?

사상의 은사라 불렸던 리영희(李泳禧)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1994년에 쓴 그의 평론을 모아 만든 정치 평론집이다. 지금에 그 평론집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가공동체는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 극단적인 이념전쟁에 휩싸여 좌파를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넣으며 탄압했던 한국 사회의 실상을, 오른쪽 날개로만 날아가려는 새에 비유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왼쪽 날개로만 날아가려는 새는 추락한다는 것, 즉 한 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류가 창조한 지식과 축적한 경험은 정치나 이념적으로 말해도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하고 무쌍하다.

의 극단에 서면 우주의 모든 것이 로 보이게 마련이다. 조금 거리가 멀면 모든 것이 극좌로 보일 수밖에 없다.

도 그 극에 서서 보면 모든 것이 로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의 병리학이다.

광복이란 환희 속에 일본에서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다녔던 학병 출신들은 어떤 꿈을 간직했을까? 광복 공간에서 이들이 끼친 영향은 4·3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면과 한편으로는 당시 문맹 사회를 일깨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당시 산북 제주-성내에서 활동한 하나의 그룹이 바로 로고스’(Logos) 모임이다. 일제강점기 도일한 제주 출신 학생들이 광복 후 귀국해 새로운 조국에 헌신하려고 뭉쳐 정식으로 19463월 로고스 모임을 창설했다. 로고스란 그리스 철학에서 언어를 매체로 하는 이성 또는 그 이성의 작용을 말한다.

회원은 강순현(姜淳現), 김봉현(金奉鉉), 김성만(金聖萬), 김인호(金仁灝), 문국주(文國柱), 문태오(文泰午), 양명률(梁明律), 양세민(梁世民), 이경수(李慶守), 현평효(玄平孝) 등이다.

이들은 중등학교의 설립을 첫 목표로 삼았다. ‘학술강습회로 출범해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농업학교만이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이어서 강습회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래서 제주제일중학원으로 인가를 받아 운영했다.

얼마 후 오현단의 제주농업학교의 구교사로 옮겨 오현중(五賢中)학교라 개칭해 당시 재력이 풍족한 황순하(黃舜河)를 설득시켜 자금을 마련해 운영해 나갔다.

이 무렵 로고스 회원들은 반탁과 찬탁이란 이념논쟁으로 불붙었다. 이어 민주주의민족전선(약칭 民戰)이 조직되고 로고스 회원들은 의견이 양분됐다. 민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자는 정치 지향적인 인사와 그렇지 않은 비정치적 인사들이다. 양명률을 따르는 우파와 김봉현을 따르는 좌파는 양분됐다.

전도의 학교와 관공서까지 파업을 단행해 행정력이 마비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회원들은 일부 미군정의 체포령에 맞서고 일부는 밀항으로 도일, 또 일부는 교육계로 나가거나 공직에 참여했다.

사상의 은사란 말은 시인 고은이 리영희의 화갑기념문집에서 사용한 말이다.

사상의 은사/ 시대의 선구자/ 60년대 70년대 대표적 지성/ 아 이 한반도의 살아있는/ / 얼음/ 우리들의 전위와 후방.”

아마도 1980년쯤이 아니었을까? ‘전위의 후방이란 말에서 어떤 시대적 분위기를 강하게 느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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