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제주 감귤농가 ‘삼중고’ 어쩌나
악재 겹친 제주 감귤농가 ‘삼중고’ 어쩌나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12.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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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격 회복 안돼 포전 거래 줄어
출하 물량 유통센터 몰려 반입 제한
처리난에 수확 차질 빚어 ‘설상가상’
부패피해 우려 전전긍긍…대책 호소

제주 노지감귤 농가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시장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농가들은 출하가 막혀 아예 수확도 못하는 등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9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이하 제주농협)에 따르면 현재 지역농협들은 지난달부터 올해산 노지감귤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시장 가격이 거듭 하락하면서 일명 ‘밭떼기’로 불리는 포전 거래가 사실상 거의 사라져 올해 수확된 노지감귤 대부분이 APC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지역농협과 제주감귤농협 등을 통해 시장에 노지감귤을 유통하는 계통 출하 비율은 2012년 50.7%, 2014년 46.6% 등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도 40%대에 머물렀다.

나머지 물량은 포전 거래나 온라인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됐지만 올해의 경우 출하 초반부터 시장 가격이 낮게 책정된 후 현재까지 예년 수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계통 출하로 집중되고 있다는 게 제주농협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고량이 처리량을 초과한 일부 농협 APC는 아예 농가들로부터 출하 요청을 받지 않고 있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포전 거래가 사라지다보니 상인들이 처리해왔던 물량까지 몰려 산남지역 APC 대부분 과부하 상태”라며 “무엇보다 농가들의 요청대로 노지감귤을 받아 그대로 시장에 출하할 경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더욱 심화되기 때문에 농협 입장에서는 반입 제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주감귤농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서귀포지역을 전담하는 1유통센터는 하루에 노지감귤 총 3만개를 수용할 수 있지만 입고량이 이를 넘어서면서 10일부터 이틀간 반입을 제한키로 했다.

하루 처리량이 2만개에 이르는 2유통센터 역시 이미 입고 제한과 해제를 반복하다 현재는 초과 물량을 다른 유통센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제주감귤농협 관계자는 “수용 한계를 초과한 노지감귤 물량을 야외에 쌓아두면 부패과 발생 비율이 높아진다. 아예 수시로 입고를 제한했다가 해제하면서 농가들의 수확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사전에 계통 출하를 예약한 농가들의 노지감귤을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물량은 접수된 순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가격 하락에 따른 포전 거래 및 직거래 감소와 이로 인해 발생한 계통 출하 쏠림 현상이 반입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농가들은 노지감귤을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아예 수확조차 하지 못하는 등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귀포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고모씨(63)는 “가격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계통 출하도 막히면서 나무마다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창고라도 있으면 저장약을 쳐서라도 설 명절까지 보관하겠지만 없는 농가들은 부패할까봐 수확을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올해와 같은 악재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생산자단체와 행정당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농협 APC나 유통센터마다 처리 물량과 적재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들어오는 대로 받을 수는 없다”며 “포전 거래하다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계통 처리하려는 농가들의 경우 반입 제한에 따른 피해를 어느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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