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아열대화 '속앓이'
제주바다 아열대화 '속앓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03.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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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사진자료

제주 바다에서 난류성 해양생물 발견 빈도가 높아지면서 아열대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하 공단)이 지난 14일 발표한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섬 해역에서 난류성 해양생물의 증가가 관측됐으며 아열대성 생물인 연산호 군락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 측은 “기후변화에 의한 제주 해역의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는데 제주 바다도 그 변화의 물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 보고에 따르면 2070년에 한반도 남쪽 전체가 아열대 기후에 편입되고 2100년이 되면 제주지방은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아열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면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해수면은 약 10㎝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제주는 전체 평균 두 배가 넘는 22㎝가 상승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용머리해안은 제주지역에서 해수면 상승의 영향력을 극심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귀포시가 집계한 ‘용머리해안 연간 통제일수’ 자료를 보면 2011년에는 하루 종일 통제되는 날은 84일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2월을 제외하고도 연 134일로 크게 늘었다. 부분통제일을 포함한 전체 통제일 수는 2011년 151일에서 2014년 212일, 2015년 202일로 늘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기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0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머리 해안은 1970년에 비해 해수면이 22.7㎝나 상승했고, 2100년에는 용머리해안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의 변화는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 해수 온도 상승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해양조사원의 지난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0년 이후 16년간 모슬포, 제주 북부 지역 수온 관측 자료 분석에서 수온이 1.3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수온 상승은 바닷속 생물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 주로 잡히던 자리돔은 최근 울릉도, 독도해역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제주바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의 청줄돔, 호박돔, 가시복 등은 이제 낯익은 어종이 됐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2010년 제주해역 해중경관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제주연안에서 발견되는 어종 가운데 아열대 어종이 전체 어종의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아열대화가 진행될수록 해조류와 연산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제주 해양생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꿈의 근원이었던 제주 바다가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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