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에 금이 간다면…
신뢰에 금이 간다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12.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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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용암해수(염지하수)를 이용한 혼합흠료인 ‘제주용암수’에 대한 국내 판매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오리온이 이달 초 ‘제주용암수’ 출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국내 판매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3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오리온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7년 원희룡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출시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라며 “국내 판매를 하지 못 하게 할 경우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겠느냐”며 국내 판매 의지를 밝혔다.

여기서부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제주도는 원 지사와 허 부회장이 2017년 두 차례 만난 자리에서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구두 약속했다며 오리온이 이 같은 약속을 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오리온측이 제주도가 보낸 공문에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례적으로 해당 공문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제주도가 지난 4일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자 공문에서 ‘제주의 공공자원인 용암해수(염지하수)를 활용해 음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하수에 대한 도민정서와 유통시장에서의 기존 업체와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음료 사업 추진을 위해 우리 도와 사전 협의한 대로 판매시장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략하고 전량 수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제주도는 이어 ‘귀사에서 우리 도와 협의한 해외 판매용 이외의 국내 시장에서 유통ㆍ판매할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염지하수)의 공급은 불가함을 알려드린다’라고 적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를 공개하면서 “오리온측이 먹는 샘물이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며 이를 지속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제주도가 오리온의 국내 판매 금지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부분과 다른 회사가 국내에서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오리온 제품만에 대해 국내 판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 한 부분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리온측은 “가장 문제인 것은 서로 간의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라는 제주도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관계는 반드시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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