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0m 고원이 품은 정겨운 돌담 풍경
해발 3000m 고원이 품은 정겨운 돌담 풍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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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5)
‘무스탕을 왜 그렇게도 오고 싶어했을까?’하고 한참을 생각하며 걷다가 언덕을 오르자 발 아래로 차랑마을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제주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돌담이 길게 늘어서 있어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무스탕을 왜 그렇게도 오고 싶어했을까?’하고 한참을 생각하며 걷다가 언덕을 오르자 발 아래로 차랑마을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제주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돌담이 길게 늘어서 있어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무스탕은 네팔 히말라야 지역에서 티벳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네팔 영토지만 특이하게도 역사적·문화적으로는 티벳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중세 티벳 문화와 불교 전통을 보고 느낄 수 있고 황량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칭송받는 풍광을 볼 수 있다고 어느 여행자는 적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본다면 네팔의 75개 행정구역 중 하나로 네팔 중북부에 있습니다. 남북으로는 깔리 간다키강을 따라 북쪽의 티벳 국경에서 가사’, 동쪽으로 마낭’, 서쪽으로 고산 오지인 돌포 지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큰 마을들은 깔리 간디키강변을 따라 발달했으며 행정 중심지는 좀솜’, 왕국의 수도는 로만탕입니다.

무스탕을 인터넷 등으로 찾아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바로 닥마르마을 사진입니다. 마을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절벽을 의지해 촌락이 형성됐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자작나무가 심어졌고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이 쌓아져 있어 제주를 연상케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1시간 여유가 있으니 푹 쉬라는 소리에 모두가 그늘을 찾아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잡니다. 연이틀 강행으로 모두가 힘들어하자 오늘은 가장 짧은 코스로 조정했답니다. 험한 오지를 다닐 때는 이런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로 출발합니다. 붉은 사암 기둥 사이 가파른 길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급경사지입니다. 헉헉거리며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모자이크식으로 펼쳐진 붉은 메밀꽃밭이 숨 막히는 풍광을 연출합니다. 가파른 언덕을 1시간가량 올랐더니 그제야 닥마르마을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머문 숙소 지붕에 올라갔더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원이 보인다.
우리 일행이 머문 숙소 지붕에 올라갔더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원이 보인다.

앞으로는 전부 내리막길이니 쉽다라고 하는데 무릎 아픈 사람들은 내리막길이 더 힘든 법이라 진땀이 납니다. 오늘은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사방에 펼쳐진 기기묘묘한 지질·지형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순간이 참 행복합니다. 멀리 산허리에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무 한 그루 없는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어쩌다 양과 염소들이 풀을 찾아다니는 모습 말고는 그 어떤 것들도 볼 수 없는 땅,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런 길을 아주 천천히 혼자 걷고 있습니다.

무스탕을 왜 그렇게도 오고 싶어했을까?’하고 깊은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멀리 협곡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저곳인가 했더니 더 아래 있는 마을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멀리 아득한 끝 지점에 마을인 듯 보이는 집들이 보입니다. 몽골에서도 그랬는데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까마득한 곳인데도 깨끗하게 보여 원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평지처럼 보이지만 어떤 곳은 경사가 심한 미끄러운 자갈길이라 걷기 힘든 곳이 많은 게 무스탕 트레킹 코스입니다. 그동안 여러 나라 험준한 지역 트레킹을 다녔지만 이번만큼 힘들고 경이로운 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생애 이런 곳을 다시 올 수 있을지.

지금 걷는 이곳은 아름다운 초지 지역으로 멀리 보이는 로게까르(해발 3884m)를 지나면 오늘 숙소인 차랑마을(해발 3560m)입니다. 마을이 가까웠는지 밭담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트레킹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무스탕은 돌담이 유명해 돌담의 고향이라고 불린답니다. ‘돌담의 고장제주의 사람인 저에게는 이런 무스탕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이곳 돌담은 계곡이나 바닷가 돌처럼 둥글둥글한 돌로 쌓아 제주의 해안가 돌담과 비슷합니다. 다만 여기 돌담은 돌을 쌓으면서 흙을 바르고 그 안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염소나 양, 소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돌담이 얼마나 긴지 끝이 안 보일 정도라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제주의 잣성처럼 쌓아진 돌담 안에서는 갖가지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새 도착한 차랑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초르텐(불탑)이 나그네 안녕을 기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트레킹 도중 곳곳에서 기암괴석을 볼 수 있었다.
트레킹 도중 곳곳에서 기암괴석을 볼 수 있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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