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지혜의 보물찾기
책 속에서 지혜의 보물찾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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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제주국제대 특임교수·논설위원

샛노랗게 익은 감이나 귤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왔음을 일깨운다. 가을은 지난날 땅에 뿌린 수고를 결실의 기쁨으로 보답하고 있는데 마음과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마음 밭을 가꾸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을까?

흔히 독서는 마음을 살찌운다하여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정신의 자양분으로써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하지 않고도 인생의 지혜를 빌리거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길이 책 속에 있는데도 갈수록 책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보내야만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과거에는 목적지를 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이동시간에 들여야만 했고 주방가열기구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산에가서 땔감을 해오고 불을 지피고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데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했다.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수 시간 또는 수 주일이 걸리거나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려야만 하던 때도 있었다. 의식주, 교통편, 통신발달, 생활 편리성 향상에 따라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동을 들여야만 가능했던 일들이 e-메일이나 스마트폰이 대신 처리 해주거나 버튼 하나로 처리가 되는 초특급으로 시간이 단축되는 시대로 진입한 이후 생겨난 여유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을까.

초고속 성장에 따른 문명의 혜택으로 생활의 편리성은 증대됐고 그만큼 여유시간이 많아졌을 법도 한데 현대인들은 여전히 바쁘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는 오히려 산업화와 상업화로 인간이 직접 바쁜 생활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만 했고 이로 인한 경쟁으로 궤양이나 고혈압, 신경쇠약 같은 질병과 불균형적인 삶을 비롯해 진화의 부적응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불균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 속의 감성적이고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지혜로운 글귀들이 마음속에 자리한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어 마음으로부터 오는 질병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는 지적인 멋(?)을 부리기 위해서도 두꺼운 책 몇 권을 손에 들고 다니거나 시집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요즘 책을 든 모습이나 책을 읽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일과 공부를 하느라 바빠서’라고 한다.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일로 책 읽을 시간조차 없이 바쁜 것일까.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은 생전에 8천여 권을 읽었을 만큼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수 많은 전쟁터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달리는 말 위에서도 치열한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었다고 하니 그 노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서머셋 모옴은 ‘책 읽는 습관을 붙인다는 것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고 나폴레옹은 ‘독서를 통한 폭 넓은 지식과 상상력이 나의 힘이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이 고생한 것을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책 읽기’라고 했는데 과거와 현재가 만나 세대가 공감할 수 있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책 읽기를 멀리하면서 세대단절도 이뤄지고 있고 삶에 대한 감수성도 예전만 하지 못한 것 같다. 세상의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며 정신의 자양분으로써 마음을 살 찌우는 책 한권을 올 해가 다 가기전에 만나는 것은 어떨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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