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제주도의 역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제주도의 역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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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익 제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논설위원

근현대기 제주도와 일본은 매우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10년대 이후부터 제주도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인구의 사분의 일이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생활한 곳이기 때문이다.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기반을 다져나갔다.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도 일본에 남아 정착한 사람도 고향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크고 작은 기부로 보답해 왔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제주경제를 이끌었던 350여 만 그루의 밀감묘목 기증을 비롯해 곳곳에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주도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들은 제주사람이지만 삶의 터전이 일본이기에 둘을 공유하는 제일인(濟日人)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통 재일제주인이라고 부르지만 묘하고 특수한 경계인의 위치에 놓여 있으며 한일 간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신적・물질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세계제주인대회 참가 차 고향을 방문한 어느 재일제주인이 현지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해줬다. 신문・방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직·간접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고 일본인 지인들과의 대화도 비우호적이고 비생산적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공들여 쌓아올린 터전이 혹여 잘못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고 했다. 여태 껏 접해보지 못 한 느낌들이라 “제주도라도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달리 반대로 흐르고 있다. 악화일로의 한일관계에 해법은 없는 것일까? 제주도의 역할은 무엇이고 과연 제주도의 역할로 갈등해소는 가능할 것인가.

며칠 전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제주평화연구원이 공동으로 위와 같은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한일관계의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면서 현재 진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문제점, 진단, 해법 등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고 제주도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거의 모든 패널들의 공통 인식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국가 외교를 움직이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정 부분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제주도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참혹한 4・3역사에서 얻은 인권과 평화, 한일관계의 화해를 천명했던 두 차례의 한일정상회담 개최지, 밀감을 보내기 등을 통한 남북교류의 발신지로서 세계가 인정하는  ‘평화의 섬’이 됐다. 일본은 세계2차대전의 교훈을 ‘평화’로 접목시키고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오키나와 등이 평화의 메신저로서 역할을 해왔다.

한일관계 개선에 평화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그만큼 제주도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제주도 주도의 ‘한일 평화포럼’ 창설을 구체화시켜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양국의 범시민들이 세계제주인대회처럼 숙식을 함께 하면서 머리를 맞대어 ‘평화’를 매개로 한 역사적 화해를 시작한다면 지방정부나 시민그룹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로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월과 11월, 일본의 메이지 대학과 고베학원 대학 학생 수 십 명이 제주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교류했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100여 분이 채 되지 않은 만남에서 양국 학생들 모두 행복해했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 처럼 교류의 힘은 어떤 두터운 장벽도 뚫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제주도가 진정 ‘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 ‘세계평화의 섬’이 되려면 국제적 사고와 통 큰 배려, 평화 실현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재일제주인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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