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는 고람서야
제주어는 고람서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03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희 시인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의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우리 제주에서는 감자를 지슬이라고 하는데, 주식으로 감자를 먹다가 갑자기 지슬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가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제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단어에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마도 제주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는 육지와 떨어져 있다 보니 독특한 언어체계를 갖고 있어 외국어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육지 사람들을 종종 본다.

오죽하면 경상도 출신의 형부는 제주와의 인연이 40년이 되는데도 아직도 모든 말에 을 붙이면 제주어가 되는 줄 알고 있을까. 어눌한 표현에 여태까지도 처제들의 핀잔을 받고 있다.

4·3을 다룬 영화 지슬은 제주어로 자막이 깔려 있어 보고 난 후에도 왠지 모르게 불편했었다.

그런데 봉오동 전투는 자막 없이도 대사전달이 자연스러워 듣기가 좋았다. 배우가 제주도 출신이어서인지 옆집 삼촌이 건네는 말처럼 친근했다. 보는 내내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제주어를 기대하며 영화를 봤다.

영화 한 편에 제주도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왔으며, 이 영화가 제주어 알리는 역할을 하는구나 생각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유네스코는 20111월 제주어를 사라지는 언어’ 5단계 분류에서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속한다고 했다. 제주어의 정의는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라고 하는데 전통생활과 관련된 언어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 남자 형제가 많은 집은 큰아방, 셋아방, 말잣아방, 족은아방으로 불렀는데, 제주어에 사용에 소홀하다보니 머지않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도 모르게 길거리 광고들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옵데강’ ‘오름’ ‘벵삭이제주어로 쓰인 간판들을 보면 친근감이 든다. 눈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네 어머니가 칠성판을 등에 지고 깊은 바당 숨비고 나와 크게 숨비소리 토해내듯 입술을 내밀고 발음 해본다. 모름지기 제주어는 ᄀᆞ람서야 말맛이 있다.

 

국 두 그릇 먹으민 가시어멍 눈 멜라진다

아면 심으젱이 궃이나 뚜럼 닮은 사우가 와도

과짝ᄒᆞ 부지깽이로 아궁이 쑥덱여가멍

국 새로 ᄒᆞ젱 야개기 데왕, 후 후 불멍 와려지는네

게나 제나 불이아 잘 붙어사주

 

양전형 가시어멍 부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