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함께 기울이는 노력
부모,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함께 기울이는 노력
  • 제주일보
  • 승인 2019.12.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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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법원에서 부부가 이혼하는 데 자녀 양육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이 경우 자녀들 입장은 어떻겠느냐는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양육비를 2회 이상 지급하지 아니하면 면접교섭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달에는 면접교섭을 하지 아니한다.’, ‘면접교섭을 방해하면 그 달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면접교섭을 두 달 이상 못 하게 하면 양육자를 변경한다.’

이 합의안이 나온 배경을 양측에 물어보니 양육비를 반드시 지급하고 면접교섭에 반드시 협조하라는 의미로 이런 문구를 넣었단다. 재판부는 속이 탄다며 양육비 안 주는 사람은 엄마이고 면접교섭을 못 하게 한 사람은 아빠다. 잘못은 부모가 했는데 왜 아이가 엄마를 못 만나고 양육비가 부족해서 학원을 못 가는 벌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우려의 마음을 쏟아냈다. 아이들 입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혼하는 마당에 서로를 믿지 못 해 법원 문서로 이렇게 확정된 것을 반드시 남겨놓으려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이러한 부모의 상황에서 자녀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이런 주장을 하는 부모 중 누가 양육자 역할을 더 잘할지, 부모의 협의가 이혼 후에도 잘 이어져 자녀들의 복리에 어려움은 없을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보내 달라는 상담 촉탁을 한다.

법원은 가사상담을 통해 주양육자를 결정할 때 부양육자(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자유로운 만남과 소통)에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부모 이혼으로 자녀가 부정적인 정서를 갖지 않으려면 면접교섭을 통해 양쪽 부모와 다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자녀가 느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의 협의·재판·조정이혼을 오랫동안 맡은 어느 판사는 재판·조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단다.

 

양육비가 일용할 양식이라면 면접교섭은 마음의 양식입니다. 저는 면접교섭이 양육비만큼 어쩌면 양육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면접교섭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곁다리가 결코 아닙니다. 면접교섭이 아이를 보고 싶은 부양육자의 욕구만을 충족하려고 만든 제도도 아닙니다.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양육비 지급을 확보하는 것은 감치(교도소 구금)와 같은 법률적 강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면접교섭입니다. 면접교섭을 확보하는 것은 과태료 부과와 같은 법률적 강제가 아니라 꾸준한 양육비 지급입니다.”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 말·글 인용

 

상담하다 보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중 아이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게 정말 싫은데 양육비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필자는 먼저 아무리 이혼을 수천 번 생각했어도 막상 이혼을 최종 결심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지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굳힌 마음의 중심에 자녀 입장에서의 부모의 이혼 바라보기의 방 하나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결혼 생활 중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어 이혼을 결심했고 재판 중에야 법이 무서워서 양육비를 주는 척, 면접교섭을 하는 척하지만 이혼 후 어찌 돌변할지 모르는 상대방임을 잘 알기 때문에 양육비와 면접교섭을 어떻게든 상대방을 옭아매는 족쇄로 이용하고 기왕이면 더 단단하게 조이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 상대방도 아이에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와 똑같은 부모인 것을. 그 족쇄를 조일 때마다 결국 아이의 마음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

그렇게 아이 입장에서 부모 이혼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면 비로소 부부는 헤어졌지만 부모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게 된다.

결혼이라는 시간을 이혼으로 맞이하려는 그 때, 어려운 마음을 양육비이행관리원과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전문가 집단에 문의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꼭 이용해보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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