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편 "잠버릇 문자는 거짓, 계획적 범행 위한 것"...고유정 측 "추측.상상...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현 남편 A씨(37)가 증인 신문을 통해 “내가 잠버릇이 심하다는 식으로 고유정이 보낸 메시지는 거짓”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이는 고유정이 임신과 유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의붓아들에게만 관심을 쏟자 이에 적개심을 갖고 살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반면 고유정 측은 “추측과 상상이고 꿰맞추기”라고 반박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8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고유정의 전 남편‧의붓아들 살인사건이 병합된 후 첫 재판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고유정이 사건 전날인 지난 3월 1일 저녁 미리 처방받아놓은 수면제를 차에 넣어 A씨에게 마시도록 해 깊이 잠들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A씨가 잠든 3월 2일 오전 4~6시쯤 자던 의붓아들 B군(5)의 얼굴을 침대 담요에 파묻고 뒤통수를 10분쯤 강하게 눌러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사망 책임을 A씨에게 돌리기 위해 사전에 잠버릇이 나쁘다는 SNS 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등 2차례 내가 자다가 뭘 누를 것 같다거나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피해자)을 청주로 데려오라고 말한 시점”이라며 “난 잠버릇이 없다. 당연히 평소에는 언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받은 메시지는 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며 “당시 화재현장에서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허리 때문에도 피고인의 문자처럼 돌아누울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의붓아들이 사망한 당일인 3월 2일 새벽 고유정이 감기약을 먹고 잠을 잤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날 오전 3시48분쯤 휴대전화로 A씨 전처의 가족‧친구의 SNS 프로필을 확인하고 번호를 삭제한 분석 결과를 고씨가 깨어있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이 추정한 범행시간 직전이다.
A씨는 2015년 1월 전처와 사별했다. A씨와 고유정은 전처 문제로도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또 의붓아들이 사망한 이튿날인 3월 3일 친정식구와 통화하면서 ‘의붓아들이 숨져 안됐다’는 위로를 듣고 “우리 애가 아니니까 말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유정 변호인은 “공소장의 상당 부분이 장황하고 상세하고 과장되게 나열돼 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배했다”고 반박하며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추측하고 상상하고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것일 뿐”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도 질병도 아닌 오해란 걸 뼈저리게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 A씨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인 독세핀 성분을 검출한 국과수 감정관이 출석했다. 검찰이 “감정 의뢰한 모발은 6월 3일 수사기관이 채취했다고 했는데 채취일로부터 4~5개월 전까지 수면제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지”를 묻자 감정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A씨는 숨진 아들에 대한 증거사진을 보고 울먹이며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씩 아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요즘 우울증이 심해져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피고인이 양심이 있다면, 애기를 낳았던 엄마가 맞다면 아이를 잃은 아빠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인신공격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비통하고 원통하고 괴롭다”며 “진실을 밝혀 달라. 피고인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