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명으로 늘어난 ‘82년생 김지영’
1만3000명으로 늘어난 ‘82년생 김지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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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82년생 김지영’을 자기 이야기로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또 김지영의 모습이 바로 아내일 수도 있고 또 며느리나 누이일 수도 있다.
30대 경력 단절 여성 김지영의 삶이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수 많은 한국 사회 여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경력 단절 여성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경력단절여성은 1만3000명이다.
1년 전 보다 1000명, 2년 전 보다 3000명이 늘어났다. 이렇게 최근 1년 간 경력 단절 여성이 늘어난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와 세종시 뿐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남녀 평등, 일과 삶의 균형이란 구호가 직장 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다. 여기에 제주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재취업 여건의 어려움이 겹쳐 있는 듯하다. 이들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육아(38.2%)가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결혼(30.7%)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어 임신·출산(22.6%), 가족 돌봄(4.4%), 자녀 교육(4.1%) 등 순이었다.

경력단절의 이유가 결혼이었던 데서 이번에 육아로 바뀐 것은 ‘육아 문제’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수 년 간 추세를 보면 더욱 뚜렷하다. 육아 사유 비중은 2014년 29.2%에서 올해 38.2%로 올라간 반면 같은 기간 결혼 사유 비중은 38.5%에서 30.7%로 낮아졌다.

출산휴가 등이 늘면서 결혼, 임신·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이들이 줄어들었지만 육아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직장을 포기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높은 학력·능력에도 경력단절을 피하지 못하는 건 개인적으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잃는 것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차원에서도 커다란 손실이다. 여성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이 여성이 직장과 가정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육아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절실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민간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건 물론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낡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부터 앞장서 종일·장시간 근무제를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저출산·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여성의 사회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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